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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의 혁신경제] ‘스타트업 겨울’ 이겨내기/TBT 벤처파트너

[임정욱의 혁신경제] ‘스타트업 겨울’ 이겨내기/TBT 벤처파트너

입력 2022-05-29 20:40
업데이트 2022-05-3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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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빅테크, 스타트업 위축
팬데믹 끝나 가며 혜택이 준 탓
한국 예외 아니지만 오히려 기회
비용 줄이고, 핵심사업 집중할 때

임정욱 TBT 벤처파트너
임정욱 TBT 벤처파트너
13년째 호황을 구가했던 세계 벤처투자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미국에서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갑자기 냉담해지며 돈줄을 조이기 시작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고를 감행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벤처 투자 파티는 끝났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을 정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난 10년간 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찾지 못한 대규모 자금이 스타트업으로 몰렸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여행, 외식 등에 돈을 쓰기 어렵게 되자 돈이 주식시장으로 쏠렸고 그 수혜를 디지털 기업들이 받았던 것이다. 팬데믹 사이에 유니콘 숫자가 2배인 1000개로 늘었을 정도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며 애플, 구글 같은 빅테크는 물론 팬데믹 수혜주였던 넷플릭스, 줌, 펠로톤, 텔라닥, 로블록스 같은 테크 주식들이 폭락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면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비교 대상이 되는 상장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반 토막, 심하면 80%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결국 그 여파가 스타트업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 충격에서 물론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한국에는 ‘여의도 밸류’, ‘테헤란로 밸류’라는 말이 있다. 증권거래소, 증권사가 많은 여의도에서 바라보는 기업 가치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테헤란로에서 보는 기업 가치가 다르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여의도보다 테헤란로에서 스타트업의 가치를 더 낙관적으로 높게 쳐 주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테크 기업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스타트업 가치도 보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여의도 밸류와 테헤란로 밸류가 동조화되는 시기라고 할까.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2000년의 닷컴 거품 폭락과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의 상황을 미국에서 겪어 본 입장에서 이번 위기는 예전만큼의 충격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그때와 달리 이제는 테크놀로지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는 스타트업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로 보면 좋겠다. 이런 위기에 오히려 좋은 기업들이 나온다. 2000년 첫 번째 닷컴 거품이 꺼지고 오늘날의 아마존과 구글이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혁신적인 회사들이 나왔다.

눈먼 투자자들은 사라졌다. 이제는 거액을 쉽게 투자받기 어렵다. 큰 적자를 감수하며 급성장을 꾀하기보다는 비용을 아껴 가며 수익화에 집중해 버티는 기업이 이기는 시기다.

필자가 미국 보스턴의 라이코스 대표로 부임해 갔던 게 2009년 2월이다. 금융위기 직후였다. 기업들의 파산, 대량 해고 뉴스가 들려오고 다들 얼어붙어 있던 시기였다. 구조조정과 동시에 부임하면서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후 1년간은 직원들과 단합해 오롯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였다. 열심히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핵심 사업 수익화에 집중했다. 과도하게 연봉 인상을 요구하다 이직하는 직원도, 본인의 일에 대해 불평하는 직원도 없었다. 그 결과 흑자 전환이 가능했다. 뒤돌아보면 사업하는 데 자금은 풍부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거품은 전혀 없는 시기였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조직도 탄탄한 내실 있는 스타트업에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거품이 잔뜩 낀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테니 말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성장한다는 본질에만 집중하면 ‘스타트업 겨울’이 진짜배기 스타트업들에는 오히려 도약기가 될 수 있다.
2022-05-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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