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돈 버는 기업도 상장 난항?…고민 깊어진 IPO 대어(大魚)기업들
입력 2022.05.26 07:00
    지난해 IPO 호황...올해는 금리인상·긴축 기조에 유동성 ↓
    SSG닷컴 상장 연기…적자기업에 대한 투자자 투심 '보수화'
    최대 실적 기록한 LG CNS·CJ올리브영도 '안전지대 NO'
    쪼개기 상장·FI 구주매출 등 투심 악화 요인 줄줄이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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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IPO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마저 흥행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조 단위 대어(大魚)급 기업들의 출격에도 불구, 완주여부는 물론이거니와 연기가능성이 대두된다. 

      최근 SSG닷컴은 올 초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했으나 내년에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리가 오르면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교군에 속했던 쿠팡은 올해 들어가 주가가 60% 가까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100조까지 올랐던 시가총액은 30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컬리의 경우에도 흑자 전환 시점에 의문이 들면서 장외시장 주가도 대폭 하락했다. 

      무엇보다 '적자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이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년간은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금 조달에 걱정이 없었지만 금리 인상으로 현금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한 기업부터 투심이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느냐'로 투자 판단 기준이 옮겨간 분위기다. 

      실적이 좋은 기업도 IPO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관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신사업 성장성, 구주매출 비율, 락업(보호예수) 기간,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등 주가 상승 요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심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렇다 보니 LG CNS, CJ올리브영,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대오일뱅크 등 흑자 전환에 성공하거나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한 기업들도 올해 증시 입성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룹 정체성·규제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증시 침체로 성장주에 대한 투심이 악화, 카카오그룹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갱신하고 있다. 규제 리스크도 여전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고자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지속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긴 쉽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사모펀드(PEF)에 약속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투자금 회수 기한이 올해까지여서 상장이 미뤄질 경우 큰 재무적 부담을 질 수 있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와 연을 맺었는데 현재는 투자금이 6307억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지분율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높은 구주매출이 투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 CNS는 구주 매출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019년 ㈜LG는 LG CNS의 지분 35%를 맥쿼리PE에 매각했다. 거래 내용에는 IPO 추진 조항도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에 이번 상장을 엑시트와 연관 짓는 시선이 많다. 맥쿼리PE는 SK쉴더스 상장 철회로 투자금 회수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이번 상장을 만회할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높은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높은 구주매출 비율로 수요예측에 참패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로 세 번째 IPO 도전에 나선만큼 상장 철회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크다. 고유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1%가량 오르면서 상장 '적기'라는 시선도 많지만, 상장을 두차례 철회한 전적이 있어 이번엔 다를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환경에 미치는 산업의 영향이 중요해지면서 업종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고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중공업지주가 삼호중공업을 비롯해 손자회사를 연이어 상장시키면서 현대중공업그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CJ올리브영은 쪼개기 상장, 구주매출에 대한 비판으로 IPO 흥행이 미지수란 목소리가 나온다. LG화학 물적분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CJ올리브영도 새 정부의 상장 심사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알려진다. 또한 이선호·경후 남매가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엑시트용' IPO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프리IPO로 4141억원을 투자 유치했는데 1년 6개월 이후부터 IPO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상대적인 시간 여유는 있다.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상장 적기'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하반기엔 증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높아진 공모주 투자 문턱이 단기간에 나아지진 않을 것이란 시선이 많다.

      한 대형증권사 IPO 관계자는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언제 회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증시 침체로 기업실적이 과소평가 되는 국면인 건 분명한 것 같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서 공모 규모가 큰 대어급 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특히 더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