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경영권 분쟁을 해결한 일동제약.
지난 2014년 경영권 분쟁을 해결한 일동제약.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갈수록 영역을 확대하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라고 해외 사모펀드의 영향으로 수익 극대화에만 집중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존재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경영권 분쟁에도 PEF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너 리스크 등으로 불투명해진 지배구조를 바꾸고, 주주의 이익을 저버린 기업에 경영진 인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주주권 행사도 강하게 요구한다. PEF가 시장의 올바른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PEF는 기업 지분 인수(의결권 주식 10% 이상) 후 직접 경영에 뛰어들어 기업가치를 키운 후 되팔아 차익을 남기기 위해 조성한 펀드다. 출자액 규모는 현재 84조원대에 달한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무시할 수 없는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PEF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PEF 운용사 H&Q는 업계에서 기업 오너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차익 실현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경영권 분쟁에도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했다. 당시 1·2대 주주인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지분율이 비슷해 양측의 갈등은 팽팽했다. 회사는 당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H&Q코리아는 일동제약의 손을 들어주며 양사의 협상에 큰 공을 세웠다. 일동제약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대신 녹십자는 수익을 얻어갈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 성사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회사도 별다른 분쟁을 겪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돼 양측 모두 만족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외에도 한샘의 경영권 매각에도 PEF가 동원됐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회사를 물려줄 후계자가 없다고 판단해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2017년에는 락앤락의 창업자 김준일 회장이 어피너티웨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사례가 있다.

이같은 사례에 힘입어 국내 PEF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PEF가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또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뿐 아니라 다양하고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