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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성장에 올인" 30년 펀드 내놓는 PEF

박창영 기자
입력 : 
2022-05-12 17:40:43
수정 : 
2022-05-12 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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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기금 수익률 높이려
중수익중위험 펀드수요 봇물
운용사도 단기성과 압박 덜어

한앤코, 쌍용C&E지분 유지할
컨티뉴에이션펀드 곧 마무리
출자자 바꿔 투자 이어가
◆ 레이더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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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단기 투기 세력이라는 일각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0년 이상, 길게는 30년간 운용 기간을 두고 기업의 장기 성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두 자릿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도 일반 사모펀드보다는 손실 위험이 낮은 '장기 운용 펀드'가 기금 고갈을 우려하는 국내 연기금에 새로운 투자처가 될지 주목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크레딧솔루션(ICS)은 최근 '롱텀 솔루션 펀드' 모집을 마쳤다. 이 펀드는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투자자가 펀드에 관심을 보이며 1200억원 규모로 모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ICS는 이 펀드로 삼성생명 전체 지분 기준 1% 안팎을 인수했다. 투자 기간은 20~30년으로 잡고 있으며 목표 연간 수익률은 12~15%로 전해졌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20% 이상의 연 환산 내부수익률(IRR)을 겨냥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번 펀드는 이서현 이사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본인의 삼성생명 지분 1.73%를 처분하는 시점에 맞춰 발 빠르게 만들어졌다. ICS는 삼성생명이 저평가된 데다 배당률이 높은 편이라는 점에 주목해 자사가 조성하는 '롱텀 솔루션 펀드'의 1호 투자처로 삼았다. ICS는 향후에도 시가배당률 5% 이상을 꾸준히 기록할 수 있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주식을 겨냥한 장기 투자 펀드를 다수 조성할 예정이다. 금융주 또는 인프라스트럭처 관련주가 이러한 투자 방향에 맞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쌍용C&E 컨티뉴에이션(Continuation) 펀드 조성을 상반기 중에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앤코가 2016년 인수한 쌍용C&E(옛 쌍용양회)의 투자 기간을 늘리기 위해 출자자(LP)를 교체해 만든 펀드다. 국내와 해외 투자자에게서 6000억원씩 1조2000억원을 모금한 이번 펀드는 아시아 컨티뉴에이션 펀드로는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존 블라인드 펀드와 인수금융을 더하면 쌍용C&E에 투입된 전체 금액은 3조2000억원 상당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는 기업을 바이아웃한 뒤 5년 상당의 운용 기간을 두고 매각한다. 하지만 한앤코는 최근 쌍용C&E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포트폴리오로 주목을 받으며, 기업가치가 지속 상승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유 기간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1월 2일 2755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 8000원 안팎이다. 시가총액은 4조원을 넘나든다. 한앤코가 각종 볼트온(유관 기업 추가 인수) 등을 포함해 쌍용C&E 지분 약 77.7%를 사는 데 들인 돈은 1조4000억여 원이다.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가 장기 운용 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주요 고객인 국내 연기금의 고민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은 고갈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고위험·고수익의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입자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책임 때문에 사모펀드 투자를 대폭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검증된 운용사가 중수익·중위험으로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을 장기간 거치해두고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려는 수요가 커지는 것이다.

장기 운용이 확산하면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투자 기간에 지나치게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 업황이 침체기에 들어가거나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할 때, 손해를 감수하며 저가 매각하는 대신 한 차례 운용 기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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