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취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시장과 재계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요점은 간단하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VISION FUND)’처럼 국내 대기업들도 해외 투자와 외부 자금출자 전면 허용을 검토해달라는 것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이걸로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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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비전펀드 만들 때 되지 않았나요?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기업 해외 투자와 외부 자금출자 전면 허용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일반지주회사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분 100%의 자회사 형태여야 하는데다 차입 한도 또한 일반 벤처캐피탈(자기자본 800~1000%)에 한참 못 미치는 자기자본 200%로 제한돼 있어 갈증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펀드 조성 과정에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 등의 출자를 이끌어내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머커스(전자상거래)기업 쿠팡과 야놀자 등 국내 시장 기반 유니콘에도 거액을 투자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 들어서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생명공학 전문 매체인 바이오센추리에 따르면 비전펀드2는 올해 1분기에만 8억900만달러(1조31억원) 투자를 집행했는데, 7곳의 바이오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 16곳의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바이오벤처 투자에 속도를 올리며 선제 투자에 나섰다.
넘어야 할 장애물 산적…새 정부 의지가 관건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도 벌어지는 격차를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봤을 때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라며 “새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고 새 기준을 만들기 위한 협의에 나서는 것으로도 유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4차례나 만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부산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대회’에서 “정부와 원팀으로 일심전력 다할 것”이라고 협력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각별한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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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는 기대감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대기업의 해외 투자나 자금 출자를 전면 허용할 경우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전면 허용으로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면서도 “기준을 새로 정하고 현재 기준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니 본격 논의를 시작하는 것 만으로도 유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