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연합인포맥스

시장 악화에 작년보다 현금비중 늘어…올 하반기에 개선 예상

러시아 투자 익스포저 "현재 0이 됐다고 생각"







(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임하람 특파원 =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른 영향이 클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진승호 사장은 27일(현지시간) KIC 뉴욕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 연준이 선제적으로 했으면 지금보다 나아졌을 것"이라면서 "50bp씩 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앞으로 연준이 어떻게 하느냐가 임팩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미국 경제는 강하다면서 연준의 정책이 "정교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봤다.

그는 연준이 50bp씩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상황 봐서 더 이상 안올려도 되겠다고 하는 적절한 선에서 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책 대응에 따라 그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며 "반드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간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 금융을 잘 아는 분이라 미국이 금리를 너무 급격하게 올리면 보조를 맞춰가지 않을까"하면서 "가계부채와 불평등 문제를 고려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미국과) 동떨어지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의 최대 하방 위험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진 사장은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있는데 공급은 이자율을 올려서 잡히는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19나 중국 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이슈가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봤다.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꺾이면 크게 문제가 안되겠지만 사람들이 물가가 계속 오를 거라 생각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달러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KIC는 외환보유액 운용시 달러 뿐 아니라 유로화를 비롯한 기타통화도 보유하고 있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수익률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진 사장은 "우크라이나 전쟁도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이자율을 올리겠다고 하니 달러 당세도 상당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달러 강세로 KIC는 수익률이 절반이 될 수 있다"며 "헤지는 비용이 들어 전부 다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스컷(손실한도) 역시 일부는 적용하지만 어느 선을 고정하기보다 소프트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KIC의 현금 비중도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언급했다.

진 사장은 "지난해보다 현금 비중이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거의 현금 비중이 없었는데 시장이 더 빠지면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뉴욕 주식시장 급락세에도 내부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산 배분 회의를 열고 흐름을 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지난해 채권을 줄이면서 주식으로 자금을 이동했고, 일부를 신규 자산에 투자했다"면서도 에너지 관련 포지션이 크지 않아 에너지 등 상품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은 적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IC는 금융시장 상황이 올해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 사장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수익만 생각하면 현금만 갖고 있는게 나을 수 있지만 시장은 어느 시점에 반등한다"고 말했다.

KIC가 실리콘 밸리를 기점으로 전세계 글로벌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KVG를 계속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진 사장은 "2019년에 KVG 2억달러 규모로 한 건 거의 다 했고, 작년에 출시한 3억 달러 규모 KVG2도 잘하면 하반기에 완료할 예정"이라며 "KVG3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금리가 오르고 해도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그쪽에서 나온다고 본다"며 "투자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 투자도 "현재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아 그런 걸 감안해서 들어가야 한다"며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투자를 안할 수는 없다"고 봤다.

암호화폐 투자는 "투자 대상으로 어느 정도 적절한지 아닌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제로"라고 선을 그었다.

ESG 투자와 관련해서도 "기본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어느 정도로 할지는 좀 더 봐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 수익률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어 지난해보다 신중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에 투자한 약 5억 달러 규모의 익스포저를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0이 됐다고 보고 있다"며 "러시아 국가등급이 떨어져서 투자도 안되고, 회수도 안돼 나중에 투자 대상으로 올라오고 평가를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진 사장의 미국 출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한 후 처음이다.

진 사장은 뉴욕 방문 후 오는 5월 1~4일에 LA에서 열리는 '2022년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며, 미국 방문 기간 동안 조셉 배 KKR 아시아대표, 빌 에크만 퍼싱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 설립자,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 재무장관, 잭 루 전 미국 재무장관 등을 두루 만날 계획이다.

KIC는 2021년말 기준 보유자산의 순자산가치(AUM) 2천50억 달러로, 글로벌 국부펀드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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