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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속으로] 'KDB인베' 산은 구조조정 역할 재정립 키 쥐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의 앞서 정책금융 강화 청사진 시급
구조조정 부담 경감하고 '정책금융 우선순위' 집중 기조 이어질지 관건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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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로서 올해 출범 4년차를 맞은 KDB인베스트먼트가 새 정부의 시선을 잡는다. 산업은행의 본점 부산 이전 방안과 함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논의가 이뤄질 때 구조조정 업무 분산 역시 핵심과제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산업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을 홀로 떠안는 부담을 덜고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졌던 녹색금융 등 시급한 과제에 정책금융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채권기관 위주를 벗어나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업무로 전환하기 위해 현 정부서 설립된 KDB인베스트먼트에 대한 평가는 새 정부의 정책금융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 산은 구조조정 자회사 자리잡은 KDB인베스트먼트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1억원을 기록했다. 재작년 당기순이익 30억원에서 11억원 증가했다. KDB인베스트먼트 주 수익원은 보유 펀드에서 주는 운용수수료다. 수수료 등 영업수익에서 임직원 급여 등 비용을 빼고 남는 돈이 꾸준히 늘며 산은 금융자회사로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KDB인베스트먼트 수수료 수익 한 축을 담당했던 KDB인베스트먼트제1호 펀드(KDB인베스트먼트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대우건설을 중흥건설로 매각하며 이제 역할을 다했다. 1호 펀드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경영실적이 세부적으로 공개된 2020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KDB인베스트먼트 영업수익 94억원 중 86억원 운용수수료 전부가 KDB인베스트먼트 1호 펀드에서 나왔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무한책임사원으로 펀드 운용을 맡고 대우건설 매각을 맡긴 산업은행이 펀드 지분 99.4%를 들고 있는 구조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당시 1호 펀드 운용으로 급여 31억원 등 영업비용 53억원에 법인세 9억 9000만원 등을 제하고 3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1호 펀드 운용수수료 수익은 빠지지만 대우건설 매각에 앞서 일찌감치 2호펀드 일감을 확보해놨다. 이에 KDB인베스트먼트는 다소 여유를 갖고 3호 펀드 자산을 물색할 수 있게 됐다.

◆진통속 대우건설 매각 마무리

그동안의 성장통을 교훈 삼아 민간 주도 구조조정 활성화의 가교 역할을 맡을 기관으로 자리잡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사상 초유의 재입찰 문제로 잡음이 일긴 했지만 산은의 장기 미매각 자산으로 남을 뻔했던 대우건설 매각을 마무리하며 초기 설립목적은 달성했다.

한 구조조정 업무 전문가는 "정책금융기관의 경우 구조조정에 불만을 품고 각종 투서들이 빗발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민간 인력은 이에 크게 위축되지 않고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호 펀드 자산인 현대제뉴인 전환사채(CB) 투자건도 산업은행 구조조정 일환으로 진행되는 거래에 산은 자회사가 참여했다며 탐탁치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산은과 KDB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대우건설과 또다른 성격의 성공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8월 2호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현대제뉴인 CB는 올해 8월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하다. 앞서 KDB인베스트먼트는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 일환으로 내놓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현대중공업그룹과 손잡고 참여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인수한 현대제뉴인의 인수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KDB인베스트먼트제2호펀드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 현대제뉴인이 발행한 4,000억원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식이다. KD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현대제뉴인 CB 금리는 연 4.35%. CB만기는 2028년 8월인데 올해 8월 19일부터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제뉴인 지분을 확보하기 전이지만 현재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현대제뉴인 기타비상무 이사를 맡으며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현대제뉴인이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만큼 KDB인베스트먼트는 자회사간 시너지를 끌어올리는데 관여하며 지분 가치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 조기졸업 지원 성공

산은은 민간과 협업해 지난 2월말 두산중공업의 채권단 조기졸업까지 뒷받침한 성공사례로 강조하고 있다. 2020년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따라 두산그룹은 3조 1,000억원 자산을 매각했는데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매각액이 8,500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다만 2호 펀드 일감이 있긴 하지만 KDB인베스트먼트 핵심자산인 대우건설이 빠진만큼 적어도 그에 준하는 새로운 자산을 편입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대상 기업 자산을 이관받는 식으로 대우건설 빈자리를 메우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초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 그룹에 매각하는 조선 빅딜이 무산된 뒤 KDB인베스트먼트가 산은을 대신해 기업가치 제고, 민영화 작업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긴 했지만 산업은행은 곧바로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우조선 노조와 정치권은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고 밀실 매각이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에 나섰다.

산업은행이 지분 20%를 들고 있는 HMM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 산은이 6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며 단계적 매각 가능을 열어두고 있다고 할 때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불가피하다. 일단 해양진흥공사도 지난해 10월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며 지분율을 크게 늘렸고 올해부터 해진공 단독관리 체제로 변경됐다. 지난해말 산은과 HMM 공동관리가 종료된데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해양 산업 진흥책과 궤를 같이 해야 하는데 새정부 출범 시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현상 유지가 불가피보인다.

◆구조조정 업무 KDB인베로 점진적 이관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업무추진 동력을 얻어야 하는데 KDB인베스트먼트 설립 취지와 그간 성과를 얼마나 인정받느냐가 관건이다. 당초 산업은행이 KDB인베스트먼트 설립하며 내세운 명분은 혁신성장, 중소ㆍ중견기업 지원 등 산은 본연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다. 점진적으로 구조조정 업무를 KDB인베스트먼트에 이관하며 산은의 구조조정 부담을 경감하고 급변하는 경제ㆍ금융 환경에 맞춰 정책금융이 필요한 곳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KDB인베스트먼트 출범 초기엔 실질적 영향력은 산은이 여전히 발휘하는데 민간 운용사를 내세워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시장 중심 구조조정 업무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 출신 대표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민간 인력으로 채웠다.

산은은 구조조정 조직 등 일부 사업부문 축소를 감수하고라도 채권 금융기관 중심 구조조정 업무에서 탈피하는게 필요하다고 봤다.

산은은 그간 수차례 간담회 등을 통해 기업구조조정 주체 전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부실채권 관리 중심 접근방식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이 어렵고 경영정상화보다는 채권 회수 극대화에 중점을 둬 기업 회생이 미흡하다는 점을 채권금융기관 중심 구조조정 한계점으로 꼽았다. 대기업 부실 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은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젠 금융투자사 등 자본시장 자금을 충분히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제는 국정감사에서도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산은 지원금 회수실적이 부진하다고 단순히 꼬집는 것을 넘어 산은이 제시한 대안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논의의 장이 넓어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감 과정에선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 대상 자금 회수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KDB인베스트먼트같은 구조조정 자회사의 역할을 통해 회수율을 끌어올 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후 11월말 간담회에서 "국감 당시 산업은행 구조조정기업의 회수율이 23%라는 보도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이 포함된 수치로서 구조조정이 종료된 기업을 기준으로 산출한 회수율은 51% 수준"이라며 "회수율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을 활용한 시장중심의 구조조정을 접목해 구조조정기업의 조기정상화를 통한 회수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 새 정부 산은에 대대적 변화 예고

구조조정 업무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산은이 출범한 KDB인베스트먼트와 별개로 정부 역시 정책금융 펀드를 만들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주체 전환을 취지로 2018년부터 구조혁신펀드를 3호까지 조성했다. 정부 재정 등 정책금융기관의 펀드 출자금에 민간 자금을 매칭하는 식으로 펀드를 조성해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회생절차 돌입, 워크아웃으로 사후적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기전 자본잠식, 과다 부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전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선제적 조치도 용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전적, 사후적 구조조정 기업들 대상으로 구조조정 투자, 대출지원 등 시장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구조조정 기업을 홀로 떠안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구조조정 대상상 기업 부실 심화로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고 최악의 경우 정부 재정까지 투입받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과거 정부는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부실 관리 책임을 물어 정부 재정이 투입된만큼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라고 산은 조직쇄신안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인원, 조직 축소과 또다시 반복되면서 다른 정책금융 업무까지 차질을 빚는 일은 이제 피해야 한다.

현재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산은에 대한 대대적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따라 산은 서울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점 이전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정부 입장에선 정치 논리를 앞세운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선 산은 정책금융 역할 강화 청사진도 꺼내들어야 한다.

구조조정 업무 조정이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새정부 정책 기조에 맞는 정책금융 역할을 우선순위로 두고 집중하기 위해선 먼저 채권 금융기관 중심 구조조정 업무를 얼마나 축소할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 매물을 KDB인베스트먼트나 민간 운용사에 이관하는 것은 현 시점에선 부담된다. 해당 기업이 위치한 지역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KDB인베스트먼트 모델을 확산하더라도 대기업의 경우 새로운 구조조정 대상별 가치 제고에 집중할 수 있는 펀드 기구를 각각 설립해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해당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펀드 기구 규모를 더 키우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충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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