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6일 15:02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시내 한 쌍용자동차 대리점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쌍용자동차 대리점 / 사진=연합뉴스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KG그룹이 뛰어들면서다. 이미 인수 의사를 밝힌 쌍방울그룹, 이엔플러스 뿐 아니라 지난달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기존 우선협상대상자 에디슨모터스도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G그룹은 최근 쌍용차 매각 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EY한영은 다음달 중 쌍용차 매각을 위한 재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KG그룹은 재무적투자자(FI)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이뤄 쌍용차 인수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KG그룹과 캑터스PE는 2019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상태인 동부제철(현 KG스틸)을 공동 인수해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 시킨 바 있다.

쌍용차와 EY한영은 앞서 지난달말 에디슨모터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계열사 및 FI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뛰어들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올초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지난달 25일까지 인수대금 2743억원을 납입하지 못했다.

EY한영은 쌍용차 소유 부지와 자산 등을 포함한 청산가치를 약 1조원으로 평가했다. 부채와 운영자금을 포함해 쌍용차 인수에는 최소 1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쌍용차의 부채는 일반 회생채권 5470억원과 공익채권 3900억원 등 약 9370억원이다. 이중 공익채권은 100% 즉시 상환해야 한다. 일반 회생채권의 경우 기존 회생계획안에서는 1.75%만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98.52%는 출자 전환하도록 해 약 100억원만 즉시 상환하면 됐다.

KG그룹 컨소시엄은 거론되는 쌍용차 인수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평가받는다.

KG그룹은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다.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 이니시스(현 KG이니시스), KFC코리아, 동부제철 등을 인수하며 화학, 전자 지불 결제대행업, 프랜차이즈업, 철강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KG그룹 컨소시엄은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평가받는다. 계열사인 KG ETS가 최근 국내 한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한 폐기물사업부 등의 매각대금 5000억원이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다. 사실상 그룹 지주사인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약 3600억원에 달한다.

KG케미칼 주가는 이날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쌍용차 인수전 참여 사실을 보도하자 상한가를 기록했다. KG ETS의 주가는 22.96% 올랐다.

컨소시엄 파트너로 나서는 캑터스PE는 정한설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KG그룹과 캑터스PE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9년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던 KG스틸을 3600억원에 공동 인수해 노후 시설 정리 등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시킨 경험이 있다. KG스틸은 지난해 매출 3조3533억원, 영업이익 3069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6% 급증했다.

현재까지 특수장비자동차 계열사인 광림을 주축으로 한 쌍방울그룹과 소방차 제조회사 이엔플러스 등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자금력 측면에서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 안팎인 이엔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50억원도 되지 않아 거래 완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에디슨모터스에 비해 자금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쌍방울그룹 역시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반응은 여전하다. 쌍방울의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현금성자산 등 유동자산은 2712억9200만원에 그친다. 당장 쌍용차를 인수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가 골프장 관리 업체 ㈜성정에 패한 경험이 있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지를 밝히자 쌍방울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치고 있다.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이 뒤섞이면서다. 쌍방울은 광림과 비비안, 아이오케이, 나노스 등 7개의 상장 계열사를 뒀다.

에디슨모터스는 여전히 쌍용차 인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쌍용차의 계약 해제 통보에 대한 효력 가처분 신정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금호에이치티와 새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금호에이치티는 연매출 2340억원 규모의 자동차용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 전문기업이다.

쌍용차가 처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건 2009년이다. 당시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며 2년여 만에 회생절차가 종료됐지만 이후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자 마힌드라그룹은 2020년 6월 쌍용차 경영권을 포기했다. 새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대출금 만기가 도래하자 쌍용차는 그해 12월 다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쌍용차의 회생계획 인가 종료시점은 오는 10월 15일이다. 이 기간 안에 새 인수자를 선정해 관계인 집회를 열고 최종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지 못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는 2020년에 이어 2021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2020년 12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