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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무신사' 여럿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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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우리나라 대표 K-유니콘 기업들이다. 창업 초기에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국내 유니콘 기업 18개 중 무려 15개 내외가 모태펀드의 투자금을 마중물로 활용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태펀드는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당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만들어, 운용을 시작했다. 정부 기관 주도로 모(母) 펀드를 조성한 뒤,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여러 개의 자(子) 펀드에 다시 출자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벤처부·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환경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등 13개 행정부처가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펀드 관리를 담당한다.

모태펀드의 직·간접 성과는 탁월하다. 한국벤처투자는 설립 이래 지난해 말까지 17년 간 총 7조2775억원 규모의 모 펀드 자금을 조성했다. 이 돈으로 민간과 함께 1015개의 펀드에 25조3382억원을 출자했다. 이 과정에서 모태펀드의 간접 투자를 받은 기업 수만 8373개에 이른다. 국내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들이 이 자금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투자 수익률도 우수하다. 그동안 청산한 펀드 납입원금 1조3700억원 대비 수익금이 1조7500억원으로, 납입원금 대비 수익배수가 1.28배 수준이다. 고용 유발 효과도 탁월하다. 지난해 3만7000개의 벤처 기업이 창출한 5만3000개의 신규 일자리 중 1만3000개가 모태펀드로부터 간접 투자를 받은 2000여 개 기업에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콘 기업의 증가와 고용 창출 성과가 모두 모태펀드 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벤처 생태계 성장에 대한 모태펀드의 기여도를 정부 세수낭비 등으로 비하할 근거는 찾기 어렵다. 이 정도면 정부 주도 모태펀드의 직·간접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평가해도 과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만으로 현재의 창업 생태계를 충분히 지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 2의 벤처 붐’이 일면서 창업 기업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혁신 기업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니콘 기업 수가 18개에 이르렀고,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도 35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창업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 별 투자 유치액도 커지는 추세다.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 기업이 2020년 75개에서 2021년 157개로 증가했다. 그에 반해 펀드 당 평균 결성액은 319억원에 불과해 기업 당 투자액을 늘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개별 펀드 평균 결성액이 2593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부족한 수치다.


여기에 수익률 문제로 민간 출자사들의 펀드 참여율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가 재무적 수익보다 사회적 수익에 집중하면서 민간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모태펀드 규모를 늘리겠다는 방향을 설정했지만, 규모 확대 만으로 공공 주도의 모태펀드가 가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민간 주도의 모태펀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 유동성이 벤처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을 늘리자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벤처 출자 지분에 대한 양도차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자는 제안은 다소 파격적이다. 하지만 잠자고 있는 기업들의 자본이 창업 생태계로 흘러 들어가 창업 및 혁신 기업을 육성하고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기존 모태펀드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결코 비싼 비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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