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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평가하며 큰돈 투자 집행, 유망한 스타트업엔 서로 몰려…"우리돈 받아달라" 영업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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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벤처 투자 심사역의 세계

해외 VC와도 경쟁 치열
추후 자금 회수까지 고려해야해
많이 만나 많이 거절해야 능력자
최근 국내 투자자금 크게 늘어
창업자가 투자자 고르기도

가장 중요한 건 본인 능력
미래기술 접하고 평가하려면
이공계이면서 업계 출신 유리
투자후 평균 7년 후 성과 나와
수익의 20% 비교적 큰 보상받아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사진설명
최재웅 퓨처플레이 이사(왼쪽), 장혜승 마크앤컴퍼니 파트너(가운데), 김윤호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오른쪽)
하루가 멀다고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소식이 들린다. 상장도 하지 않았는데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한 유니콘 기업의 소식이 들리고, 쿠팡은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런 유니콘 기업을 찾아내고 투자한 곳은 어떤 회사일까. 최근 벤처 창업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벤처에 투자하는 '벤처투자회사'의 심사역들이다. 투자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금융인이지만, 창업기업과 신산업을 다룬다는 점에서 창업 생태계와 가장 밀접한 이들이다. 미래 기술과의 접점에 있기에 이들은 '미래를 엿보는 자'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이 '벤처캐피털리스트' 혹은 '초기투자 심사역'으로 불리는 어쩌다 회사원들 중에서도 고수로 꼽히는 최재웅 퓨처플레이 이사, 장혜승 마크앤컴퍼니 파트너, 김윤호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과 만나 치열한 심사역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최재웅 퓨처플레이 이사=초기기업에 투자하는 퓨처플레이라는 액셀러레이터(AC)에서 일하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큰 펀드도 운용하고 있어서 벤처캐피털(VC) 쪽에 가깝다. 일한 지 만 4년 됐다.

▷장혜승 마크앤컴퍼니 파트너=마크앤컴퍼니에서 일하고 있다. 막 생겨난 AC인데 '혁신의숲'이라는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전 회사까지 포함해서 심사역으로는 3년 정도 일했다.

▷김윤호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지난해 대기업에서 이직해 곧 1년이 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대표적인 사모투자(PE) 회사이면서 VC이다.

―VC로 오기 전에 어떤 경험을 쌓았나. ▷장 파트너=웅진씽크빅에서 일하다가 당시 모시던 대표이사와 함께 '밀리의 서재'를 창업했다. 사원번호 2번이었다.

▷김 심사역=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공채 신입사원으로 4년 정도 일했다. 그 전에 작은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다. 공동 창업한 친구는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다.

▷최 이사=GS칼텍스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일하다 서른다섯 살에 퓨처플레이로 이직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당신에게 '벤처캐피털'이 대안적 선택이 된 이유는. ▷김 심사역=대기업에서는 내 역량을 다 펼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이공계지만 경영도 하고 싶고, 다양한 산업도 알고 싶은데 연구소에서는 한 분야만 파고들어야 했다. 마침 IMM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을 찾고 있어서 이직하게 됐다. 창업을 해본 적이 있어서 다시 창업할 자신은 없었지만 벤처 생태계에는 몸을 담고 싶었다. 친형도 스타트업 창업자여서 이 분야에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최 이사=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엔지니어와 스스로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퇴사를 하고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친구들이 너는 VC가 어울린다고 추천해줬다. 퓨처플레이에 지원해서 합격했고 일하게 됐다.

▷장 파트너=첫 회사도 그렇고 밀리의 서재도 교육출판이어서 다른 분야도 접해보고 싶었다. 창업 후 너무 열심히 일하면서 번아웃(심신 탈진)이 온 것도 사실이다.

―심사역으로 일하며 얻는 만족도가 궁금하다. ▷최 이사=비정상적으로 높다. 능력이 출중한 분들은 VC가 마지막 직장이 아니겠지만 나는 마지막일 것 같다. 퓨처플레이는 다른 VC에 비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다. 의사결정권 자체도 개인에게 많이 준다. 다른 VC들은 대표 펀드매니저가 결정도 하고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김 심사역=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그 회사에 투자를 하든 하지 않든 만나는 것이 좋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 미래에 대한 공상을 하는데 미래를 미리 보는 느낌이 있다. '웹툰 미리 보기' 같은 느낌이다. 창업자들 중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 많고 거기서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받는다.

▷장 파트너=만족도가 높고 감사하면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좋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창업 이후 내가 해왔던 시행착오를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알려드리고 같은 걸 겪지 않게 해서 고마워하실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 심사역의 매력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깊게 고민하는 인사이트를 짧은 시간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사역이 돼보니 힘든 것이나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것이 있다면. ▷김 심사역=VC로 오면서도 이 업에 대해 무지했던 부분이 있었다. 투자뿐 아니라 VC에 돈을 주는 투자자를 찾으러 다니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몰랐다. 또 좋은 회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잘 몰랐다. 회사가 어려울 때 도와주거나 투자한 것을 회수하는 것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일이다.

▷최 이사=항상 판단을 해야 하는 일이다. 스타트업을 처음 만나고 두 번째 만나고 할 때마다 투자에 대한 생각이 '엑스(X)'가 될 수도 있고 '동그라미(O)'가 될 수도 있는데 이게 자주 바뀐다. 투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항상 고민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정의 순간이 언젠가 온다. 이런 것이 스트레스다.

▷장 파트너=거절을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다. 투자금은 내 돈이 아니고 출자자 돈이다. 그래서 펀드의 투자 방향이나 회수를 고려해서 투자를 검토하다 보면, 만나는 창업팀 중에서 소수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창업자가 오히려 VC를 선택한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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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파트너=우리는 신생 회사인 데다 투자 금액도 크지 않아서 오랜 업력이 있는 회사들에 비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창업자로 내가 경험했던 것을 어필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말씀드린다. ▷김 심사역=빈익빈 부익부다. 돈이 몰리는 창업자들에겐 투자자들이 몰린다. 우리도 국내에서는 톱 VC이지만 좋은 회사의 경우 해외 VC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창업자들을 잘 설득해야 하는 것도 심사역의 역할인 것 같다. 투자받기 어려운 스타트업은 여전히 어렵다.

▷최 이사=기술이 중요한 테크 스타트업과 비(非)테크 스타트업이 약간 다른 것 같다. 커머스, 핀테크같이 기술이 덜 중요한 영역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레드오션이다. 반면 내가 담당하는 테크 분야 스타트업은 좀 덜하다. 하지만 종종 우리도 창업자들에게 세일즈를 해야 하는 때가 있다.

―금전적 보상은 어떤가. ▷최 이사=회사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벤처캐피털 업계 평균 수준을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또 투자 수익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장 파트너=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조합원(회사)은 통상 펀드 기준 수익률을 넘은 것의 20% 정도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그런데 펀드가 수익이 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보통 7년이다. 단기간에 보상을 받는 직업은 아니다.

▷김 심사역=월급 외에 인센티브가 있으니 성과에 비례해 더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전적인 인센티브보다 보람이 더 중요한 직업인 것 같다.

―이공계 혹은 문과라는 전공이 심사역으로서 전문성에 미치는 영향은. ▷최 이사=업계 전반이 이공계열 수요가 많다. 바이오 분야 심사역이라면 바이오를 박사까지 한 사람을 얘기하지, 생명공학 학사를 얘기하진 않는다. 적어도 논문을 읽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문과여도 숫자를 잘 아는 경영 쪽이 많다.

▷장 파트너=기술이 중요한 분야를 검토할 때는 아무래도 학습해야 할 것이 많다. 이과생이어도 본인 전공 분야 외 다른 분야를 검토할 때 공부하는 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심사역이 되는 방법이나 꿀팁을 상세히 소개해달라. ▷최 이사=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려면 학부를 바로 졸업한 것보다는 산업계 경력이 있는 것이 유리하다.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하면 업무든 조직이든 이해가 생긴다. 산업이란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괜찮은 것 같다. 직장 내에서 만드는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딜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가 소개해주기도 한다.

▷장 파트너=신규 진입은 은행, 증권사, 회계법인 등에서 많이 오고 산업계는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요새 각광받는 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온다. 창업자가 심사역이 되는 경우도 많다. 또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쪽에서 일했던 사람도 온다. 아직은 업계가 좁아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오는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신규 인력 양성과정을 거쳐 신입으로 들어오는 것도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우수민 기자 / 김대은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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