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벤처 투자 심사역의 세계
해외 VC와도 경쟁 치열
추후 자금 회수까지 고려해야해
많이 만나 많이 거절해야 능력자
최근 국내 투자자금 크게 늘어
창업자가 투자자 고르기도
가장 중요한 건 본인 능력
미래기술 접하고 평가하려면
이공계이면서 업계 출신 유리
투자후 평균 7년 후 성과 나와
수익의 20% 비교적 큰 보상받아
해외 VC와도 경쟁 치열
추후 자금 회수까지 고려해야해
많이 만나 많이 거절해야 능력자
최근 국내 투자자금 크게 늘어
창업자가 투자자 고르기도
가장 중요한 건 본인 능력
미래기술 접하고 평가하려면
이공계이면서 업계 출신 유리
투자후 평균 7년 후 성과 나와
수익의 20% 비교적 큰 보상받아
▷장혜승 마크앤컴퍼니 파트너=마크앤컴퍼니에서 일하고 있다. 막 생겨난 AC인데 '혁신의숲'이라는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전 회사까지 포함해서 심사역으로는 3년 정도 일했다.
▷김윤호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지난해 대기업에서 이직해 곧 1년이 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대표적인 사모투자(PE) 회사이면서 VC이다.
―VC로 오기 전에 어떤 경험을 쌓았나. ▷장 파트너=웅진씽크빅에서 일하다가 당시 모시던 대표이사와 함께 '밀리의 서재'를 창업했다. 사원번호 2번이었다.
▷김 심사역=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공채 신입사원으로 4년 정도 일했다. 그 전에 작은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다. 공동 창업한 친구는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다.
▷최 이사=GS칼텍스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일하다 서른다섯 살에 퓨처플레이로 이직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당신에게 '벤처캐피털'이 대안적 선택이 된 이유는. ▷김 심사역=대기업에서는 내 역량을 다 펼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이공계지만 경영도 하고 싶고, 다양한 산업도 알고 싶은데 연구소에서는 한 분야만 파고들어야 했다. 마침 IMM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을 찾고 있어서 이직하게 됐다. 창업을 해본 적이 있어서 다시 창업할 자신은 없었지만 벤처 생태계에는 몸을 담고 싶었다. 친형도 스타트업 창업자여서 이 분야에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최 이사=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엔지니어와 스스로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퇴사를 하고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친구들이 너는 VC가 어울린다고 추천해줬다. 퓨처플레이에 지원해서 합격했고 일하게 됐다.
▷장 파트너=첫 회사도 그렇고 밀리의 서재도 교육출판이어서 다른 분야도 접해보고 싶었다. 창업 후 너무 열심히 일하면서 번아웃(심신 탈진)이 온 것도 사실이다.
―심사역으로 일하며 얻는 만족도가 궁금하다. ▷최 이사=비정상적으로 높다. 능력이 출중한 분들은 VC가 마지막 직장이 아니겠지만 나는 마지막일 것 같다. 퓨처플레이는 다른 VC에 비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다. 의사결정권 자체도 개인에게 많이 준다. 다른 VC들은 대표 펀드매니저가 결정도 하고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김 심사역=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그 회사에 투자를 하든 하지 않든 만나는 것이 좋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 미래에 대한 공상을 하는데 미래를 미리 보는 느낌이 있다. '웹툰 미리 보기' 같은 느낌이다. 창업자들 중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 많고 거기서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받는다.
▷장 파트너=만족도가 높고 감사하면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좋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창업 이후 내가 해왔던 시행착오를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알려드리고 같은 걸 겪지 않게 해서 고마워하실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 심사역의 매력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깊게 고민하는 인사이트를 짧은 시간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사역이 돼보니 힘든 것이나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것이 있다면. ▷김 심사역=VC로 오면서도 이 업에 대해 무지했던 부분이 있었다. 투자뿐 아니라 VC에 돈을 주는 투자자를 찾으러 다니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몰랐다. 또 좋은 회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잘 몰랐다. 회사가 어려울 때 도와주거나 투자한 것을 회수하는 것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일이다.
▷최 이사=항상 판단을 해야 하는 일이다. 스타트업을 처음 만나고 두 번째 만나고 할 때마다 투자에 대한 생각이 '엑스(X)'가 될 수도 있고 '동그라미(O)'가 될 수도 있는데 이게 자주 바뀐다. 투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항상 고민하는데 그러다 보면 결정의 순간이 언젠가 온다. 이런 것이 스트레스다.
▷장 파트너=거절을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다. 투자금은 내 돈이 아니고 출자자 돈이다. 그래서 펀드의 투자 방향이나 회수를 고려해서 투자를 검토하다 보면, 만나는 창업팀 중에서 소수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창업자가 오히려 VC를 선택한다고 하는데.
▷최 이사=기술이 중요한 테크 스타트업과 비(非)테크 스타트업이 약간 다른 것 같다. 커머스, 핀테크같이 기술이 덜 중요한 영역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레드오션이다. 반면 내가 담당하는 테크 분야 스타트업은 좀 덜하다. 하지만 종종 우리도 창업자들에게 세일즈를 해야 하는 때가 있다.
―금전적 보상은 어떤가. ▷최 이사=회사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벤처캐피털 업계 평균 수준을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또 투자 수익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장 파트너=펀드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조합원(회사)은 통상 펀드 기준 수익률을 넘은 것의 20% 정도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그런데 펀드가 수익이 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보통 7년이다. 단기간에 보상을 받는 직업은 아니다.
▷김 심사역=월급 외에 인센티브가 있으니 성과에 비례해 더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전적인 인센티브보다 보람이 더 중요한 직업인 것 같다.
―이공계 혹은 문과라는 전공이 심사역으로서 전문성에 미치는 영향은. ▷최 이사=업계 전반이 이공계열 수요가 많다. 바이오 분야 심사역이라면 바이오를 박사까지 한 사람을 얘기하지, 생명공학 학사를 얘기하진 않는다. 적어도 논문을 읽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문과여도 숫자를 잘 아는 경영 쪽이 많다.
▷장 파트너=기술이 중요한 분야를 검토할 때는 아무래도 학습해야 할 것이 많다. 이과생이어도 본인 전공 분야 외 다른 분야를 검토할 때 공부하는 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심사역이 되는 방법이나 꿀팁을 상세히 소개해달라. ▷최 이사=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려면 학부를 바로 졸업한 것보다는 산업계 경력이 있는 것이 유리하다.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하면 업무든 조직이든 이해가 생긴다. 산업이란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괜찮은 것 같다. 직장 내에서 만드는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딜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가 소개해주기도 한다.
▷장 파트너=신규 진입은 은행, 증권사, 회계법인 등에서 많이 오고 산업계는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요새 각광받는 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온다. 창업자가 심사역이 되는 경우도 많다. 또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쪽에서 일했던 사람도 온다. 아직은 업계가 좁아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오는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신규 인력 양성과정을 거쳐 신입으로 들어오는 것도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우수민 기자 / 김대은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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