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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오 투자 1세대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라이선싱 아웃 의존 우려...특례상장 내실 다져야

  • 명순영, 윤은별 기자
  • 입력 : 2022.04.04 10:18:18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금융투자 업계에서 손에 꼽는 ‘바이오 투자 1세대’다.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지 못하던 20여년 전부터 바이오 투자 심사역으로 경력을 시작해, 2016년 바이오 특화 벤처캐피털을 차렸다.

Q K-바이오 위기론이 나오는데.

A 우선 거시 환경이 악화되면서 시장의 유동성 자체가 줄어들었다. 바이오를 비롯한 기술주에 대한 비중 자체를 줄인 거다. 다만 국내 업계의 문제도 분명하다. ‘라이선싱 아웃(대형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해 개발 권한을 넘기고 매출의 일부를 받기로 하는 것)’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만 매몰된 경향이 있다.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매출이나 로열티 등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Q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회의론이 자주 제기되는데.

A 기술특례상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라이선싱 인(라이선싱 아웃의 반대)’을 했느냐만 본다. 여기에 맞추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이 한정적이다. 라이선싱 아웃뿐 아니라 내부 인력의 맨파워 등 다양한 요소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기업을 상장시키고 동시에 퇴출시켜야 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역량이 없는 곳이 다수 있지만,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이 없다. 매출 30억원에 못 미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만 대부분 바이오 기업이 영양제 유통 등 부수적인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통해 이를 모면한다. 거래소가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여기에 못 미치는 기업을 바로 퇴출시켜야 한다.

Q 기술특례상장의 기술 평가에도 업계 불만이 많다.

A 바이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 거래소가 그만한 전문성을 갖췄다 보기 어렵다. 일단 거래소가 기업에 받는 기술 평가비용이 불과 1500만원이다. 이 비용으로는 역량 있는 평가위원이나 기관을 선정하기 어렵다. 평가 비용을 높여 받고, 전문성 있는 기술 평가기관을 육성하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Q 국내 바이오 산업이 위탁생산, 진단 분야에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A 분야는 중요치 않다. 어쨌든 기업이 돈을 벌면서 M&A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다른 분야 부흥도 촉진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또 진단 기업이 과거 2년간 해외 시장에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해외에서 한국 헬스케어 제품을 보는 시선도 많이 좋아졌다.

Q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오 분야가 있다면.

A 중추신경계질환(CNS)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DTX), 세포 치료제 시장을 꼽고 싶다. 공통적으로 시장은 큰데 좋은 약이 없고, 선진국과 한국 기업의 차이가 거의 없는 시장이다. 예컨대 CNS 중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미국의 대형 제약사도 임상에 실패했다. 자금력보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하나가 터지면 단기간에 장악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명순영,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2호 (2022.03.30~2022.04.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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