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나서···대부분 운영자금
IMM 최대주주 오르자 마자 코로나19 직격탄
리오프닝 시 긍정적···업황 턴어라운드 시기가 관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리오프닝(여행 재개) 기대감에 여행주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하나투어를 통해 여행업 투자에 나선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빛을 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하나투어는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여행업 턴어라운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여행업의 완전한 회복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있어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3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가 적극적인 자본 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단기 차입금을 300억원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데 이어 1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단기 차입금은 유상증자 주관사인 NH투자증권으로부터 조달하며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목할 점은 오는 6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자금 중 300억원을 이번 단기 차입금의 조기 상환에 쓴다는 점이다. 이번 단기 차입금은 이른바 브리지론으로 그만큼 자금이 급히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브리지론은 충분한 자금을 모을 때까지 시일이 걸릴 경우 단기차입 등으로 필요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적이 크게 훼손되면서 재무 리스크가 증대된 상태다. 하나투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 중단 영향으로 1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218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가 영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영업손실 1272억원, 순손실 70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투어는 경영 악화에 에스엠면세점, 스타샵 등 17개의 자회사를 청산했고 인력 수도 50% 이상 감축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여기에 본사 사옥을 포함해 4곳의 부동산 보유지분을 1170억원에 매각했다. 과거 800억원을 융통해 매입한 티마크호텔명동도 950억원에 팔았다.

그럼에도 자금 확보 수요가 이어진 것이다. 앞선 지난 1월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적자 축소 등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계약 후 매출 인식까지 시간을 고려했을 때 적자 폭 축소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올해) 하반기”라며 “동사의 보유 현금은 연중 바닥날 가능성 있어 자금 상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투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1056억원 수준이다.

다만 리오프닝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는 점은 하나투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상증자 성공과 함께 업황이 빠르게 개선될 경우 하나투어가 과거와는 다른 실적 성장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리오프닝 시 하나투어의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레저업종 중 가장 큰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기간을 겪는 동안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라며 레저업종의 톱픽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하나투어 최대주주인 IMM PE의 여행업 투자 결실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IMM PE는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 직전인 2020년 2월 특수목적회사인 ‘하모니아 1호’를 통해 하나투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 주주(16.67%)가 됐다. 인수가는 주당 5만5000원으로 총 1300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당시 코로나19 탓에 한 달 만에 주가가 2만6600원까지 급락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현재 하나투어의 주가는 8만5000원으로 이미 IMM PE의 인수가 대비 54% 높아진 상태다. 하나투어가 빠르게 실적 회복을 이어가고 과거와 다른 성장성을 보여 줄 경우 보다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이른바 ‘대박’도 가능해진다. 반대로 유증에 실패하거나 위드 코로나가 지연되고 여행 수요 회복이 더딜 경우엔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19에 접어들게 되면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행업종의 실적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주가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문제는 여전히 패키지 여행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매각이 흥행하기 위해선 포스트 코로나19 외의 새로운 성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하나투어는 유상증자 소식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상증자 결정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8일 장중 5.16% 급락하기도 했지만 이내 낙폭이 모두 회복됐고 31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53% 오른 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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