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30일 06:0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딥테크에 투자하라... AC 1호 상장 나선다"[한국의 유니콘메이커]
"결국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벤처투자 시장에서 살아남을 겁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사진)는 29일 기자와 만나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들을 초기에 집중적으로 발굴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테크 분야 전문 엑셀러레이터(AC)다. 주로 시드(초기)~시리즈A 단계의 '새싹' 기업들에 투자한다. 티켓 사이즈는 1억~10억원 안팎이다. 지금까지 220여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이들의 기업가치를 합하면 3조2000억원에 달한다. 투자기업의 5년 생존율도 91%로 업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는 평가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이끄는 이 대표는 과거 창업가였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반도체 스타트업을 창업해 2012년 나스닥 상장사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매각 대금을 활용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세웠다. 후배 창업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그는 "당시만 해도 테크 스타트업을 해외 상장사에 매각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기술 기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며 조언을 건네주게 됐고,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지원사격을 해주자는 마음으로 AC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왜 딥테크 투자에 집중하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에도 기술이 스며들면서 이제 모든 산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딥테크"라며 "그만큼 투자 분야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단순히 '딱딱한' 기술기업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기업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바이오(11.4%), 빅데이터·인공지능(18.7%), 디지털(23.3%), 헬스케어(16%), 산업 기술(20.1%)로 분류된다. 기술이 맞닿아 있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특히 테크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도 연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산업에 기술을 접목하면 '친환경'과 같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그는 "2018년 스타스테크라는 회사에 투자했는데, 불가사리로 제설제를 만드는 회사"라며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던 불가사리에 기술을 얹으니 친환경 제품으로 멋지게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성장 잠재력이 재무제표와 같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팀원'들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그는 "예를 들어 3~5명짜리 작은 팀에서 향후 수백 명의 직원들을 갖춘 회사로 성장하려면 팀원들의 '수용성'이 중요한데, 서비스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변화와 성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이후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사업모델을 변경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내외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대응력'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사업 아이템과 기술 전문성,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인 '데모데이'를 매년 열고 있다. 다른 AC들이 여는 데모데이보다 피칭 시간이 긴 편이라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사업을 설명하기 편하다는 설명이다. 행사에 참석한 투자자들과 네트워크를 쌓아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스타트업들끼리 경험을 공유하고 조언해주는 '피어 러닝(Peer learning)'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200곳 이상의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한 대형 AC답게 재무적 투자 외에도 경영 지원과 같은 '노하우'를 스타트업들에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려는 스타트업들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선배 창업가를 소개해준다거나, 스톡옵션 부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잘 아는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이 대표는 "모험을 할 수밖에 없는 창업 생태계에선 미리 남겨진 발자취를 소개해주는 게 최고의 자산인 셈"이라고 말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AC로는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내달 중순께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초기투자도 본격적으로 하나의 시장으로 인정받는 셈"이라며 "우리처럼 자본과 경험을 함께 지원해주는 AC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