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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M&A' SK스퀘어 박정호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성장에 유리"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빠른 의사결정 과정을 가진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최근 영국 금융전문매체 유로머니(Euromoney)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인수합병(M&A) 성공의 비결을 공유했다.

유로머니는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박 부회장과 인터뷰를 가진 가운데, 그를 ‘미스터 M&A’라고 칭했다. 매체는 “업계 베테랑이기도 하지만 박 부회장이 특별한 이유는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며 “수년간 그는 하이닉스, ADT캡스, 도시바메모리 등을 인수하고 그룹 내부 합병을 주도해 왔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박 부회장은 M&A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2011년 꾸린 프로젝트팀을 이끈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그는 보안회사 ADT캡스(현 SK쉴더스),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 등에 관여했다.

박 부회장은 M&A를 통해 좋은 성과를 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기업문화와 리더십을 지목했다.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기업문화 덕분에 해당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인수합병을 바로 추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이닉스가 꼽힌다. SK텔레콤의 신성장동력으로 하이닉스를 주목한 박 부회장은 직접 프로젝트팀을 꾸리고 이끌었다. 당시 그는 프로젝트팀에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일을 현재의 정보인 것처럼 말한다”며 하이닉스는 잊고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프로젝트팀은 SK텔레콤이 인수할 시기 반도체 업계의 호황 사이클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냈고, 박 부회장은 바로 인수합병을 밀어붙였다.

다만 이후에도 하이닉스 인수 수차례 무마될 위기에 놓였다. SK그룹 내외부로부터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면서다. 2011년 7월 SK텔레콤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을 땐 주가가 10%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당시 박 부회장이 “우리가 글로벌에서 넘버투를 가지고 있는게 뭐냐. 현대자동차 조차 글로벌에서 8위 혹은 9위다. 반면 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세계 2위”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설득했다.

하이닉스에서 프로젝트팀과 박 부회장 간 유연한 소통이 돋보였다면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는 박 부회장의 리더십이 빛난 사례다. 일본 전자기업인 도시바는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막대한 사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부문 매각을 결정했다. 마침 하이닉스의 추가적인 기술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박 부회장이 인수에 나섰지만, 당시 업계는 인수가 성사될 확률이 ‘0(제로)’라고 봤다. 당시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일본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을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도시바의 오랜 파트너였던 웨스턴디지털도 인수의 걸림돌이었다. 웨스턴디지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에 도시바가 자사의 동의 없이 반도체부문의 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웨스턴디지털을 박 부회장이 찾아가 설득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당시 박 부회장은 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에 ‘오퍼스 원’ 와인을 선물하며 “도시바는 우리의 아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회장이 선물한 ‘오퍼스 원’은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 명가가 함께 만든 합작 와인으로, 협력 혹은 통합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박 부회장 역시 밀리건 CEO에 협력하자는 의미로 와인을 선물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웨스턴디지털은 박 부회장의 만남을 끝으로 모든 소송에서 물러났다.

박 부회장은 “대기업이 자본을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스타트업의 빠른 의사결정 과정은, 대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부문을 독립기업으로 운영하면서도 SK그룹과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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