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 <8>“벤처붐 꺼질라”…규제혁신 속도 요구

[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 <8>“벤처붐 꺼질라”…규제혁신 속도 요구

'제2 벤처붐을 이어갈 수 있을까'.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모처럼 지펴진 벤처투자 열기가 꺼지지 않기를 새 정부에 바라고 있다. 나아가 벤처업계 숙원인 '복수의결권' 도입, 근로시간 유연화 등 현안 해결과 더불어 기존 산업과 충돌 시 혁신사업을 지향하는 전향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혁신벤처단체협의회(혁단협)의 제안 정책 중 27개를 대선 공약으로 반영한 데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다. 혁단협은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민간 협단체가 모인 협의체다.

윤 당선인의 벤처·스타트업 공약에는 복수의결권 도입, 근로시간 유연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시 비과세 한도 향상 등 업계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는 현안들이 담겼다.

복수의결권제는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가 보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 희석에 따른 경영권 약화 부담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윤 당선인은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한다고 공약했다. 업계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의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제라고 지적해왔기 때문에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벤처기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스톡옵션 행사 때 비과세 한도를 2억원으로 상향한다고 공약했다. 자금력이 부족해 급여가 높지 않은 벤처·스타트업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스톡옵션을 인센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스톡옵션 혜택이 높아지면 스타트업 인력 충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모태펀드 규모를 2배 확대해 초기 스타트업과 청년·여성 창업자 지원을 강화하고 기술창업지원(TIPS) 확대를 통해 딥테크 벤처를 육성하는 공약도 내놨다.

그러나 공약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뿐더러 넘어야 할 벽도 적지 않다.

업계는 현재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양질의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력이 있고 쓸만한 개발자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채용은 엄두도 낼 수 없고 비숙련 개발자 구하기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내걸고 인력 수급에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초중등 교육과정 내 보편적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 관련 전공 대학 학과 정원 확대 등 세부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본격적인 인력 수급에는 시간이 걸릴뿐더러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의 한 대표는 “정보통신(IT)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하고 인건비 부담도 크다”며 “인재 양성과 동시에 벤처·스타트업에 인재가 찾아올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활성화도 업계 요구사항 중 하나다. 벤처투자 활성화는 물론 엑시트(EXIT)한 창업자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혁단협 제안 정책인 'M&A 세제지원·펀드 조성 등을 통한 M&A 활성화'를 공약에 반영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보안 솔루션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가 소규모 회사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데, 단순 지원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우려면 벤처 M&A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과감한 규제 혁신 필요성도 강조한다. 윤 당선인은 규제개혁 전담기구 설치 등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밝혔다. 다만 '타다'처럼 기존 산업과의 분쟁 시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은 “기존 산업계는 입김이 세기 때문에, 정치권이 '미래'를 선택하기 어렵다”며 “벤처·스타트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국민 패널'과 같은 채널을 통해 실수요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