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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바꾸고 리브랜딩한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부동산금융 주특기 살려 IB 업그레이드

[CEO LOUNGE]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22.03.18 11:01:36
  • 최종수정 : 2022.03.24 20:26:26
1968년생/ 고려대 경영대 중퇴/ 2004년 다올신탁 사장/ 2006년 하나다올자산운용 경영협의회 의장/ 2010년 하나다올신탁 사장/ 2016년 KTB투자증권 부회장/ 2018년 KTB금융그룹 부회장/ 2021년 KTB금융그룹 회장/ 2022년 다올금융그룹 회장(현)

1968년생/ 고려대 경영대 중퇴/ 2004년 다올신탁 사장/ 2006년 하나다올자산운용 경영협의회 의장/ 2010년 하나다올신탁 사장/ 2016년 KTB투자증권 부회장/ 2018년 KTB금융그룹 부회장/ 2021년 KTB금융그룹 회장/ 2022년 다올금융그룹 회장(현)

공격적인 사세 확장으로 주목받는 KTB금융그룹이 사명을 ‘다올’로 바꾸고 종합금융그룹 위상 강화에 나선다. 다올은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는 뜻의 순우리말. 이병철 회장(54)이 과거 첫 설립했던 부동산신탁회사의 사명이다. KTB금융그룹은 벤처와 IB에 특화한 강소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리브랜딩(Rebranding)을 계기로 금융권 위상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계획이다.

KTB금융그룹은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안을 의결한 뒤 간판을 새 브랜드 ‘다올’로 바꿔 달았다. 다올금융그룹은 증권과 자산운용,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 신용정보 등은 물론 지난해 12월 인수한 유진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 영역을 아우른다. 지난해 3월 회장에 선임된 이 회장 역시 이사회와 주총 등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권에서 기존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과제다. 금융사에 브랜드는 핵심 무형자산이다. 기존 고객에게 각인된 익숙한 브랜드를 버릴 경우 브랜드 평판을 바닥부터 새롭게 쌓아야 한다.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올금융그룹이 사명을 바꾸기로 한 것은 권성문 전 회장 시절 만들어진 기존 브랜드만으로는 종합금융그룹이라는 위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KTB는 KT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종합기술금융(KTB)에서 시작됐다. 벤처캐피털 사업이 주력이던 2000년도에 붙여진 사명이다. 2008년 5월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을 즈음해 금융당국이 8개 증권사에 신규 인가를 내줬을 때 권 전 회장이 만든 게 KTB투자증권이다. 이 때문에 ‘벤처 투자’라는 전문적인 시장에 특화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덜어내고 현 사업군에 걸맞는 사명으로 브랜드 전략을 새로 짜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복안이다. 특히 ‘다올’은 지금의 이 회장을 있게 했던 ‘다올부동산신탁’에서 따 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자타공인 부동산금융 달인

▷예리한 투자 감각으로 성공 가도

이 회장은 자타공인 부동산금융 전문가다. 공기업이 주도하던 부동산신탁 시장에 2004년 36세였던 이 회장은 국내 첫 민간 부동산신탁회사인 다올신탁을 차렸다. 당시만 해도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은 대기업마저 관심이 없는 틈새시장으로 치부됐다. 고도의 부동산 파이낸싱 기법은 고사하고 기존 한국식 비합리적 투자 문화가 판치던 시장이었다. 이 회장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결국 한국 시장도 글로벌 표준을 따라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이후 그는 리츠에서 신탁으로, 자산운용사로 보폭을 확장하며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무엇보다 그는 투자 감각이 탁월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부동산금융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2008년 미국 IB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1400억원대 펀드를 조성해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를 통째로 사들인 일화가 아직 회자된다. 당시 이 회장이 사들인 미분양 아파트가 지금의 반포자이아파트다. 이 펀드로 그는 연 수익 1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대박을 쳤다. 당시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었지만 그는 반포자이가 강남을 대표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글로벌 대체 투자에서도 ‘선진국 대도시의 랜드마크 빌딩 투자’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하나금융지주 부동산그룹장 시절이던 2010년 그는 미국 시장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샌프란시스코 웰스파고 본사 건물을 매입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는 지역 금융사와 해외 금융사 간 정보 비대칭 탓에 지역 금융사의 이점이 명확한 시장이다. 쉽게 말해,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한국 금융사가, 미국이라면 미국 금융사가 협상력에서 우위에 선다. 이런 속성을 간파한 이 회장은 투자 국가의 대형 금융사와 공동 투자를 진행해 리스크를 헤지(hedge)하는 전략을 폈고 이는 이후 업계의 표준적인 투자 전략이 됐다.

이 회장이 증권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때는 2016년이다. 당시 그는 KTB투자증권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며 KTB투자증권과 KTB PE, KTB자산운용, KTB네트워크, KTB신용정보 등을 총괄하는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이 회장은 권 전 회장과 공동 경영을 하다 2018년 우선매수권 행사로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이 회장은 권 전 회장의 잇단 패착으로 사세가 위축됐던 당시 KTB금융그룹의 체질을 확 바꿔놨다. 증권은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웠고 다올인베스트먼트(KTB네트워크)는 상장에 성공했다. 유진저축은행도 품에 안았다.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며 실적, 경쟁력, 기업가치 등 전 분야에서 ‘퀀텀점프’했다는 평가다. 주력 회사인 다올투자증권 성장세가 워낙 가팔랐다.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전년보다 132% 늘어난 1761억원으로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배당금 규모도 늘렸다. 다올투자증권은 보통주 기준 지난해보다 100원 많은 주당 250원의 현금배당을 최근 공시했다. 계열사 실적도 준수했다. 유진저축은행은 2021년 기준 영업이익 1098억원, 당기순이익 83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결 실적 기여도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이 회장의 진짜 실력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동산금융에서는 누구도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 전문가지만 종합금융그룹 수장으로서의 역량은 이제 검증대에 선 이병철 회장. 부동산금융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시장이지만 IB, 채권, 주식, 운용 등 종합금융그룹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역량과는 결이 다르다. 사실 이 회장이 다올금융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한 때는 저금리로 주요 금융사들이 앞다퉈 대체 투자에 뛰어들 때로 부동산금융 시장이 활황이던 시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증권업 역시 엄청난 유동성으로 그야말로 앉아서 돈을 쓸어 담았다. 당장 3월부터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했다. 이미 미국은 강력한 양적긴축을 선언하며 3월을 시작으로 연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금융업에서 금리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변수가 더해져 금융 시장 분위기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브랜드 평판을 공고히 하려면 자기자본 확충이 필수다. 핵심 계열사인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지배기업 자기자본은 아직 6497억원대로 1조원을 한참 밑돈다. 다올투자증권은 대체 투자와 부동산금융 주선 등 특화 영역에서 안정적인 실적으로 평판을 닦았지만 전통적인 IB 중개 기능 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IPO(기업공개)나 증자, 채권 발행 등 전통적 IB 영역에서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상장 계열사의 고질적인 저평가 해소가 시급하다. 최근 다올투자증권 시가총액은 3000억원 초반으로 PER(주가수익비율) 기준 2배에 불과하다. 연결 기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를 넘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시 0.4배에 불과해 주주들 원성이 높다. 투자자산의 20~30%를 상장 주식으로 운영하는 데다 약세장에 상장한 탓에 다올인베스트먼트 주가도 공모가(5800원)를 밑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백화점식 초대형 IB 모델을 따르기보다는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는 방향으로 차별적인 시장 지위 구축을 노릴 것”이라며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촌평했다.

[배준희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1호 (2022.03.23~2022.03.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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