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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속으로] 역대급 실적낸 산업은행, 정부 배당수입 '훌쩍'

HMM 회생 뒷받침, 전환사채 주식전환 평가이익으로 실적 호조
국고 수납 기여까지 이어지는 정책기관 성과 의미
본점 부산 이전론 급부상 '서울에선 잘했나'...현 성과ㆍ그간 축적된 네트워크 강조
이충우 기자

숫자속에 담긴 여러 의미를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쫓아 경영 실적을 분석합니다. 정확한 숫자로 디테일을 살린 뉴스, '숫자속으로'로 전합니다.

산업은행이 정부에 사상 최대 규모 배당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산은이 보유한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발생한 이익이 급증하며 배당 지급여력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대주주로 배당금을 받는 기획재정부 뿐만 아니라 산은 입장에서도 국고수납(정부 배당수입) 기여도까지 더해 구조조정 성공사례를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산은은 현 서울 본점 체제서 거둔 성과를 강조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부산 이전론에 휩싸이며 조선 빅딜 무산 등 그간 구조조정 성적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산은 본점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그간 공과도 따져보는 일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산업은행, 역대급 순이익에 배당금 최대치 지급 전망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말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2021회계연도 결산 승인안을 처리하면서 2021년 결산 배당금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데 힘입어 정부에 지급하는 배당금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2022년 정부출자수입 예산안을 짤 때 적용키로 한 배당성향이 34%이다. 이를 적용하면 배당금이 최대 8,500억원에 달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당성향은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산업은행 지난해 순이익은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배당금이 확정되면 2020년 결산 배당금 (2,096억원)보다 4배나 뛰게 된다. 산은 주주배당금은 정부 출자기관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 기획재정부의 배당금 수입으로 잡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회에 2022년 공공기관 예산안을 제출할 때 배당금 총액 산출 근거 중 하나인 배당성향 34.06%로 잡았다. 2019년과 2020년, 직전 2년 평균 배당성향을 적용했다. 당시 산업은행이 기재부에 제출한 순이익 추정치는 6,000억원이다. 순이익 추정치에 배당성향을 적용해 2,018억 배당금을 산은으로부터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연간 실적을 최종 집계하는 과정서 배당금 산출 기준 중 하나인 당기순이익이 크게 뛰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6월말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했고 이를 2021년 당기순이익에 반영한 결과다. 금감원이 지난해 8월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을 발표할 때 산업은행 비경상 이익이 급증해 은행업권 전체 순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부연설명할 정도였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주식은 지난해 4,119만 9,297주에서 1조 119만 9,297주로 늘었다. 6월말 3,000억원 규모 HMM 전환사채(190회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전환가 5,000원이 적용됐다. 해당 전환사채를 보유한 산은은 6,000만주 신주를 새로 받았다. 당시 HMM주가가 4만원을 넘던 시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이전부터 원래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HMM 지분의 가치도 오르고 있었는데 지난해엔 무엇보다 대규모 전환권 행사로 채권이 주식으로 바뀐 데 따른 평가이익이 크게 늘면서 당기순익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산은은 HMM 전환사채의 경우 채권 평가 손익을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이 아닌 기타포괄손익, 즉 재무상태표상 자본으로 분류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배당가능 이익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이 급증했다.

장기 불황을 딛고 HMM이 경영정상화 기반을 다지면서 대주주인 산은의 순익 급증에 주주 배당금 상향까지 가능케 한 셈이다. HMM은 재작년 9807억원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무려 7조 3774억원으로 뛰는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5조 3,371억원, 주주배당금은 2,934억원을 정했다. 주주배당금 지급일은 4월 28일이다.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산업은행 몫 배당금은 607억원이다. 장부상 평가 이익을 넘어 실제 현금도 손에 쥐게 됐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신용보증기금, 국민연금 등을 제외한 소액 주주 지분율은 50.17%다. 산은, 신보 같은 국책기관이 대규모 배당으로 이익을 챙기느냐는 불만과 함께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차등배당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산은이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 물량이 남아있어 이같은 논란은 이번 배당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그간 집행한 정책자금 회수 당위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산은 역시 정부 출자기관으로 정부 예산 일부인 국고 수납에 기여해야 한다. 일례로 산은도 2016년 해운, 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으로터 자본확충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인력, 조직 감축, 연봉 삭감 등 자구책을 이행하기로 했다. 국책은행 자구노력을 통해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고 도덕적해이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적자를 본 2016년 이후 2017년부터 정부에 배당을 재개해 2020년 결산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5845억원), 기업은행(2,208억원), 산업은행(2,096억원)으로 배당 빅3 일원이 됐다. 2022년 예산안에 정부 배당수입이 2,182억원으로 잡혀있었던 기업은행도 기존 추정치보다 배당을 확대했다. 기재부 몫 배당액은 3,700억원으로 확정 공시됐다.

◆ 부산 이전론 '서울선 얼마나 잘했나'…HMM 회생 사례, 국책은행 역할ㆍ성과 부각

산은 입장에서는 이번에 국고 수납 기여도를 내세우면서 HMM 회생, 산은 순익 개선에 기초한 실적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산은을 둘러싼 대대적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기존 체제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새정부 예산구조조정 대상만 봐도 산은이 주무기관으로 있는 뉴딜펀드가 거론된다. 산은에 편성된 뉴딜펀드 예산은 올해 6,000억으로 이미 이중 3,92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예산 기여도 기반이 될 실적을 구조조정 성공사례와 연계해 강조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데는 산은 '부산 이전론'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산은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이다.

지역 균형 발전 필요성과 함께 산은의 지난 성적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올초 무산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에 따른 조선 빅딜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산은은 채권단 중심 구조조정에서 시장 중심 구조조정으로 바뀌는 전환기에 그간 축적된 금융 네트워크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재정을 바탕으로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는 기업구조 혁신 펀드만 봐도 민간 자금을 구조조정 시장 마중물로 활용하는 변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펀드 운용 효율성을 뒷받침할 금융사가 서울에 자리잡고 있다. 구조조정 현안을 논의할 유관기관, 회계 및 법무법인 등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빅딜은 현재 진행형이고 HMM이 회생 성공사례로 공고히 자리잡을 수 있게 민영화, 즉 지분매각 작업을 제대로 매듭져야 한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정상화 사례도 강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말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관리체제를 조기졸업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이 산은과 수은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던 2020년 3월로부터 1년 11개월만이다.

두산그룹 사옥과 계열사 매각, 유상증자 참여와 계열사 지분 증여까지 총망라한 자구안을 이행할 수 있게 뒷받침했다. 두산그룹 계열사는 금융사 컨소시엄과 사모펀드 등에 매각이 성사돼 재무구조 개선이 비교적 신속히 이뤄졌다. 산은은 "개별기업의 정상화 관점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회복'과 M&A 등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은 전국 균형 발전도 금융 경제수도인 서울에서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월 간담회에서 산은이 간다고 부산으로 산업이나 돈이 막 가고 그런 게 아니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충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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