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이자 인터뷰 고수로도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위한 금융·커머스 혼합 스타트업, 인도 유니콘 되다[데이비드 김의 이머징 마켓]
니틴 자인(Nitin Jain)은 인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 OFB(OfBusiness)의 공동 창업자다. 커머스 기업이자 핀테크인 OFB는 2015년 설립됐다. 중소기업들에 철강이나 곡물, 시멘트와 같은 원자재 구매를 중개해주거나, 반대로 제품 판매를 도와준다. 자금 사정이 나쁜 기업들에 저리로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이 회사는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중국계 벤처캐피털(VC) 매트릭스파트너스, 미국 투자사 팔콘엣지캐피털 등으로부터 누적 4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는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넘는다.

니틴은 인도 델리 공과대학(Delhi IIT)을 나와 2008년 영국으로 건너갔다. 스코틀랜드 왕립 은행에서 구조화금융을 다뤘다. 하지만 마음 속 한켠에는 늘 자기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고향으로 돌아왔고, 이 때 훗날 공동 창업자인 모하파타르, 스리다르, 굽다 등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사업을 하겠다는 열망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다음은 니틴과의 일문일답.

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2008년에 대학을 졸업한 컴퓨터 공학 엔지니어 출신이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런던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했다. 7년 쯤 일하자 내가 내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커졌다. 은행에서 일하는 것은 은행을 위한 것이지,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업 간 거래(B2B) 세계에서 무언가 큰 일을 하고 싶다는 결심이 섰다.

우리 공동 창업자 다섯 명은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갖고 있었다. 나는 투자은행가였고, 어떤 사람은 컨설턴트였고, 어떤 사람은 대기업 직원이었으며, 또 다른 이는 e커머스(전자 상거래)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우리는 인도의 B2B 생태계가 비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중소기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지금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가. 어떤 식으로 중소기업을 돕나.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원자재를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까. 둘째, 회사 운영 자금을 어디서 얻나. 셋째, 조달한 상품들을 누구에게, 어떻게 판매하나.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집중하는 중소기업들은 직원 수가 많지 않은 곳들이다. 이런 회사는 대개 조직 체계가 없다. 이들은 새로 고객을 만들고, 새로운 주문을 끊임없이 처리할 여력이 많지 않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그들을 돕는다. 그들을 위해 원자재와 자금을 조달해주는 것이다. 기업 경영 전반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OFB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하는 것 같다.

"우선 OfBusiness라는 사명은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비즈니스의, 비즈니스를 위한, 비즈니스에 의한 회사다. 그동안 인도 중소기업의 거래는 아주 불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구매할 때 높은 금액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대출을 받을 때도 낮은 신용 탓에 높은 이자에 허덕여야 했다. 인도에는 거의 5000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인도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에 기여한다. 우리는 파편화된 중소기업 생태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말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상업과 금융을 결합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중소기업을 위한 원자재 구매 자금을 조달하고, 여러 원자재 제조업체와 연계해 구매를 도와준다. 결국 가격 면에서 효율성을 높여 최종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대출의 경우, 지역 내 대부업체의 일반적인 이자율은 24~48% 수준인데, 우리는 15~18%까지 획기적으로 낮췄다. 또 철근이나 알루미늄, 섬유, 곡물, 가죽과 같은 자재를 손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업 초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초창기 B2B를 넘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분야에도 뛰어들려 했다. 예를 들면 주택 건설을 지원하거나, 가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곧 초기에는 50가지 일에 손을 댈 것이 아니라 1~2가지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제품과 시장 적합성이 확립되고 적절한 규모에 도달한 뒤에 신제품을 중심으로 혁신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철학은 우리를 굳건하게 했다.

또 다른 실수는 고위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이었다. 우리는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외부의 경험 많은 경영자급 인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초기에 외부 임원을 들여오는 건 '현실'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는 행위였다. 외부 인재들은 각자 저마다의 경험과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다듬어놓은 혁신 문화와는 어우러지기 어려웠다. 사실 지금도 리더급의 90%는 내부 승진 인원으로 이뤄져 있다."

설립 1년차부터 이익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인데.

"그렇다. 우리는 무리해서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갖고 있다. 성장과 수익이 함께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일정 규모에 도달하기 위해 돈을 태우고, 수익성을 신에 맡긴다는 건 아주 잘못된 태도다. OFB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어진 이 DNA 덕분에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처음 2~3년 동안은 투자자들이 대출과 커머스 산업이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금융 산업은 기본적으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우리는 상당한 양의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우리의 사업모델을 증명해내는 것이 열쇠였다. 1년차부터 수익을 증명해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제조·판매회사가 금융업까지 하는 경우 금융 관련 리스크 관리 역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단지 사업의 성장을 위해 무작위로 대출을 제공하지 않는다. 매우 신중하게 마지막 데이터의 포인트까지 샅샅이 뒤지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이는 사업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비전이 궁금하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

"우리는 지금 판매와 유통, 금융 분야 전문가다. 다음 단계는 실제로 우리가 제조를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제조 분야에 직접 뛰어들면 추가 마진을 확보해 품질도 유지할 수 있다. 제품의 품질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도 할 계획이다. 우리는 인도가 세계적인 제조업 허브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지금 수출 사업부를 구축하고 있다. OFB는 현재 인도 전역 20개 주에 지사를 두고 있다. 당장은 미국과 중동 지역에 건조과일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내에서는 새로운 클러스터를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 클러스터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을 우선시할 계획이다.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도 추가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수출에 전념할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 공장을 세울 계획은 없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