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도 'ESG 기조' 확산…"도덕 강박증 벗어나야 성공"

지난달 21일 서울시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스타트업 ESG와 재생에너지 사용' 포럼 /사진=머니투데이DB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요 투자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ESG가 VC 업계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ESG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VC 사이에서 ESG 역량 강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키움인베스트먼트는 ESG 투자 원칙을 제정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ESG전문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와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 모든 투자에 ESG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심사역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피투자기업에도 ESG 진단과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위벤처스는 VC 업계 최초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벤처스 ESG위원회는 피투자기업의 각 부문별 ESG 경영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투자와 사후 관리에 반영할 예정이다. 위벤처스는 앞서 지난해 5월에도 ESG 전문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국내 ESG 벤처투자문화 정착을 위한 상호협력 MOU를 맺는 등 ESG 투자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같은 흐름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에 ESG 심사체계를 도입한 ESG 부문을 신설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이번 ESG 부문 신설과 함께 VC가 ESG 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이와 관련해 최근 포럼헤서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은 물론 주요국의 연기금, 각국의 CEO 단체들이 모두 ESG의 관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이 같은 흐름은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시장 전반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ESG가 VC 업계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ESG 하면 떠오르는 '착한기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상후 한국ESG학회 부회장은 "국내에서 ESG는 선행하는 착한기업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히면서 기업들에게 도덕 강박증을 줬다"며 "ESG를 착한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ESG 중 환경의 경우 기존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대기오염이나 쓰레기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와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부회장은 "탄소배출권을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한 테슬라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며 "처음부터 스타트업과 VC들이 이런 방식으로 ESG에 접근해 효율적인 투자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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