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출자한 펀드의 약정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섰다. 모(母)펀드 규모도 6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자금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성장금융은 올해에도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중소·벤처기업에 더 넣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중간 회수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성장금융 자금받은 회사 2700여 개

벤처·中企 지원하는 '성장금융'…3년만에 9조에서 32조로 컸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성장금융의 출자펀드 약정 규모는 32조원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18년 9조4000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성장금융이 출자자(LP)로 돈을 댄 벤처펀드의 덩치가 3년 새 세 배 넘게 커졌다는 의미다. 성장금융이 운용 중인 모펀드 규모도 6조4000억원으로 3년 전 3조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성장금융은 정책 자금 등으로 조성한 모펀드를 통해 벤처캐피털(VC)과 함께 자(子)펀드를 만들어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금을 받은 회사는 2700여 개에 달한다.

펀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성장금융의 실적도 개선됐다. 이 기간 영업수익(매출)은 76억원에서 178억원으로 두 배가 넘는다. 직원도 60명으로 곱절이 됐다.

출범 7년차를 맞은 성장금융이 투자 실적을 늘릴 수 있었던 건 개별 특성을 살린 맞춤형 펀드 전략에 따른 것으로 설명된다. 성장금융은 혁신 산업 육성을 위해 뉴딜펀드와 성장지원펀드를 조성했고,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혁신펀드와 재기지원펀드를 도입했다. 또 미래차나 반도체, 2차전지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요구하는 출자자 특성에 맞춰 순수 민간 출자펀드를 조성했다. 성장금융이 운용 중인 모펀드의 민간 자금 비중은 38% 수준이다.

운용 인력 중심이 아닌, 시스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 점도 회사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운용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 펀드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투자운용2본부를 신설했다. 운용지원팀은 관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했다. 경영관리실은 경영기획본부로, 준법감시팀은 준법감사실로 격상했다. 대규모 운용 자산을 효율적으로 굴리기 위해서라는 게 성장금융의 설명이다.

○중간 회수 시장에 본격 진출

성장금융은 올해에도 1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한다. 이에 따라 6조원대인 운용펀드 규모는 8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출자펀드의 덩치는 최대 4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금융은 ‘LP 지분 세컨더리펀드’를 통해 중간 회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LP가 들고 있는 펀드 지분을 성장금융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LP로선 조기에 자금을 유동화할 수 있고, 성장금융은 펀드 만기 도래 전 거래가 이뤄지는 덕에 시장에서 더 할인된 가격에 구주 매입이 가능하다. 유동화된 자금은 다시 새로운 펀드의 재원으로 흘러들어가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PEF) 시장을 키워 투자 생태계에 기여할 것이란 계산도 있다. 최근 당근마켓이나 직방, 왓챠 같은 유망 기업이 담긴 펀드가 세컨더리 시장에서 거래됐다.

해외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LP 지분 회수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세컨더리스인베스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디안, 블랙스톤, 골드만삭스 등 세계 ‘톱 5’ 운용사의 세컨더리 펀드 조성 규모는 1270억달러(약 150조원)에 달한다. 규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거래가 개발돼 시장 자체가 활기를 띠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이런 걸음마 단계의 중간 회수 시장에서 촉매 역할을 하겠다는 게 성장금융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400억원대 LP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했다. 기업은행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민간 금융회사로부터 출자 확약도 받았다.

성기홍 성장금융 대표는 “성장금융은 정책펀드와 민간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운용사로, 출자자와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올해엔 해외 자본도 유치해 투자 시장 규모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자 자금은 산업 생태계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그 열매는 출자자에게 공유되는 만큼 성장금융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