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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스타트업 정책
2022-03-10 06:00:00 2022-03-10 06:00:00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내외 경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비대면, 플랫폼 사업들이 급부상하면서 디지털 경제 전환을 통해 새로운 경제 도약 기회도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벤처, 스타트업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까.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디지털 기반 플랫폼 기업이 지난 10년간 글로벌 GDP 중 신규 부가가치의 70%를 창출했다. 현재 세계 시가 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8개가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성장한 기업들에 해당한다. 그만큼 스타트업의 경제 기여도가 높은 것이다.  
 
2016년 이세돌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여 AI 신드롬을 가져온 알파고는 영국의 스타트업 딥마인드 테크놀로지가 개발하였다. 이 회사는 데미스 허사비스를 비롯한 세 명의 창업자가 2010년 창업한 회사로 기계학습과 신경과학을 활용하여 인간 지능을 분석, 구현하고자 하였다. 허사비스는 대학 졸업 후 게임 개발사를 창업하였다가 실패하고 나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여 2009년에 기억과 두뇌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딥마인드 창업 후에는 고전 아타리 게임을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였다. 2014년 들어 구글은 4억 파운드(약 7,000억 원)에 딥마인드를 인수하였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뒤에는 영국의 스타트업 백시텍이 있다. 백시텍은 2016년에 백신 개발을 해온 옥스퍼드대 연구진들이 대학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회사이다. 옥스퍼드의 백신학 교수와 연구소장이 공동 설립자로서 옥스퍼드 대학 투자회사인 옥스포드 사이언스 이노베이션의 대대적인 투자를 유치했다. 백시텍은 2019년 나스닥에 상장하였으며 코로나 백신 외에도 암과 감염병 관련 면역치료제와 종양 치료제 개발도 함께 진행 중이다.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도 2003년에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타트업이었다. 창업 이후 2017년까지 46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사업 존폐마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2019년 말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였고 2021년에는 매출 540억 달러(약 65조 원)를 돌파했다.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폄하하던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등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생태계를 뒤바꿔놓은 파괴적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네이버, 카카오 등 경쟁력 있는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정부 차원에서 TIPS나 모태펀드 등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왔고, 민간 영역에서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아산나눔재단, 윤민창의투자재단과 같은 창업지원 기관들이 많이 생겼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같은 기관도 스타트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다. OECD 지표나 정량적 투자 규모는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상당히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이 새로 만든 일자리는 4대 그룹이 만든 일자리의 합계보다도 많다. 유니콘 기업이 15개나 탄생할 정도로 ‘제 2벤처 붐’이 도래했다고 할 수 있겠다. 
 
사회 전반적으로 청년 스타트업 생태계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혁신을 이끌어가는 리더로 보지는 않는 듯하다. 또한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산업들과 충돌하는 지점들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핀테크 분야는 규제에 막혀 시장 진입이 어려웠으나, 법 제도가 개정되고 허가를 받은 이후에 사업이 활성화되어 토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 금융업을 선진화하는 성과를 내었다. 반면, ‘타다 금지법’의 경우, 정부 부처 별로 진흥과 규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그널을 주는 등 정책 일관성이 없어 스타트업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사업의 전개 및 예측이 어려워졌다. 
 
한편 법률 의료 등 전문직 분야에서는 기존 이익단체들과 스타트업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변호사 온라인광고 플랫폼 ‘로톡’을 상대로, 의사협회 등이 성형 등 의료광고 플랫폼인 ‘강남언니’를 상대로 자체 규정과 법률을 어겼다며 제재와 국회를 통한 규제 입법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벤처, 스타트업을 통한 혁신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혁신적인 도전에 대해 기존의 낡은 규제를 개선하며 국민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글로벌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 /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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