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벤처 마음 얻어라"…파이프라인 키워주고 고객사 이어주는 VC

VC, 알짜 포트폴리오 확보에 집중 눈길
풍부한 유동성에 프리IPO 치솟는 몸값
투자 규모 커지며 시리즈A 수천억 투자
  • 등록 2022-03-07 오전 5:20:00

    수정 2022-03-07 오전 5:20:00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투자를 제안하는 벤처캐피털(VC)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쪽 경험과 네트워크가 많아 사업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VC를 우선순위로 택했죠. 이외에는 투자자라고 말하면 고객이 믿을 만한 IT 대기업이나 금융지주 산하 VC들이고요.”

가상자산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풍부한 유동성 국면이 지속되면서 전방위 분야에서 벤처기업이 VC를 골라 투자받는 경우가 일반화했다는 전언이다. 기존 VC 역할이 투자 집행·회수에 그쳤다면, 이제는 투자사 가치 증대는 물론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등 출구전략 실현까지 동행하는 형태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기업가치 높여줄 방안 있나요”…VC 골라 투자받는 벤처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리면서 투자 제안을 받았을 때 돈 이외 추가 메리트를 따지는 창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NFT·메타버스·돈버는게임(P2E) 등 가상자산 관련 기술과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는 투자자들의 쇄도하는 ‘러브콜’에 선택적으로 응답하는 분위기다.

벤처기업이 VC들의 ‘갑’이 된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발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 장기화, 투자 성공 사례 축적으로 2~3년 전부터 벤처기업에 뭉칫돈이 몰리는 상황은 이어져 왔다. 다만 이전엔 시리즈B·C 단계 스타트업들의 콧대가 높았다면, 지금은 시드 단계에서 투자 제안을 거절하는 업체도 눈에 띈다. 익명을 원하는 한 블록체인 업체는 서비스 출시 전임에도 투자 제안이 쏟아지면서,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요구하지 않는 VC 등 원하는 기준에 맞춰 투자자를 고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벤처기업의 마음을 얻으려는 VC의 움직임은 다양해졌다. 투자사 기술 및 파이프라인 가치를 키워주거나, 해당 기술이 담긴 제품을 발주할 대기업을 연결해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사역 등 VC 내부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투자사 동향을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업데이트할지 계획을 세워주기도 한다. 대기업과 글로벌 투자사 산하 VC들은 모그룹의 투자 연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자로 여겨진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경우 작년 한 해만 아이유노와 제페토 등 앞서 투자한 8곳이 비전펀드의 투자 유치로 연결됐다.

기존부터 몸값이 높았던 바이오 업계는 투자자를 고르는 수준을 넘어 기업가치를 높여줄 방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VC가 투자사의 파이프라인과 시너지 날 만 한 타사에 투자해 연결해주거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VC를 소개해주는 등 매출 규모와 기업 가치를 키우는 과정을 함께 한다. 산업은행이 현지 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겠다며 최근 미국 지사를 설립한 것도 벤처기업들의 이런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VC를 테스트하기도 한다”며 “투자 집행 시 출자자(LP)에 보고하는 등 일반 절차를 거치면 2~3주 걸리는데, 요즘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을 빠르게 앞당기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시중 유동성 풍부…투자금액 단위도 커져

벤처기업들의 입김이 세진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 대비 투자처가 적다는 점이 꼽힌다. IPO를 앞둔 기업들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IPO 대박을 노리기엔 ‘따상’ ‘따상상’을 이어갔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프리 IPO보다 시드·시리즈 등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VC가 많아지면서, 스타트업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펀드 규모는 대형화하는데 초기 투자에 돈이 몰리면서 소규모 투자로는 펀드 자금 소진이 어려워지자 시드 단계에서 수백 억원 투자는 흔해졌다. 시리즈A 단계에서 1000억원대로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세미파이브, 포티투닷에 이어 올해도 최근 한 IT업체가 VC들에 1000억원대 규모 투자를 받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펀드를 70% 이상 소진해야 새 펀드를 결성할 수 있어서 기술과 시장성이 있으면 초기부터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프리 IPO나 M&A 단계에 투자했던 사모펀드(PEF) 자금까지 벤처투자시장에 유입되면서 벤처기업들의 선택 범위와 투자 규모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런 VC 투자 열풍에 우려의 시선도 감지된다. 벤처투자에 한창인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때도 벤처투자에 많은 자금이 유입됐으나 추후 밸류가 급락해 낭패를 본 경우가 수두룩했던 것처럼 앞으로 골머리 앓는 VC가 많을 것”이라며 “초기기업 투자는 철저히 창업팀을 믿고 투자하는 모험이라 다 성과가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가려지지 않는 미모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