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이 만든 '전자책' 스타트업, 1200억 유치…유니콘 등극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 리디가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대형 투자 펀드에서 약 12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번 투자로 리디는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다.

리디는 GI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 다수 투자사와 1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발표했다. 투자 유치를 통해 평가된 기업 가치는 1조6000억원가량이다. 유니콘 기업은 최소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을 말한다. 이번 투자는 세계 7대 정부 출자 펀드 중 하나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가 주도했다. 리디의 첫 해외 투자 유치다. GIC는 리디의 콘텐츠 시장 경쟁력과 2020년 11월 출시한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코믹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기존 투자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은 후속 투자자로 참여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리디의 시리즈B 투자 유치 단계에서 3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리디 보통주를 55억원어치 추가 인수하는 등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2020년 스타트업 투자 전문 부서인 스케일업금융실을 통해 200억원을 투자했다.

리디는 종합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전자책 서비스로 출발해 사업 영역을 웹툰, 만화, 웹소설 등으로 확장했다.

2008년 설립된 리디는 이듬해 태블릿PC용 전자책 서비스를 내놓고 관련 시장을 개척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출신인 배기식 대표(43)가 삼성전자 벤처투자팀에서 독립해 회사를 세웠다. 리디는 전자책 시장 성장 속도가 정체되자 2018년부터는 매주 한 회 단위로 연재되는 에피소드형 웹소설을 유통하는 등 콘텐츠 범주를 넓혔다.

리디는 누적 투자 유치액 2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1925억원을 확보했다. 매출도 증가세다. 2020년 매출 1000억원대 고지를 처음 밟은 리디는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491억원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수치다.

모바일 게임업체 해긴도 유니콘기업 반열에 올랐다고 이날 밝혔다. 시리즈B(두 번째 투자 단계)로 1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다. 중견 게임사 컴투스의 공동 창업자인 이영일 대표가 2017년 창업한 해긴은 지난해 내놓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게임 ‘플레이투게더’로 유명하다. 출시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다운로드 수 8000만 건과 이용자 수 400만 명을 넘어섰다.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롯데벤처스, 본엔젤스벤처스파트너스 등이 해긴에 투자했다. 이번 투자로 해긴도 기업 가치 1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즐겁고 신나는 메타버스 세상 구현을 선도해 나가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현/김주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