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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포스코' 육성…'IMP 10년' 411개 벤처 키워 2조 가치[투자판이 바뀐다]

등록 2022.02.24 0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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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9년 5월 21일,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포스코 벤처플랫폼’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최정우 회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19년 5월 21일,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포스코 벤처플랫폼’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최정우 회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포스코가 벤처플랫폼 구축을 통해 100년 기업을 향한 신성장 사업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최초의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포스코 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IMP)가 운영 10주년을 맞이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유망 벤처기업 411개를 선발했다. 132개사에 215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등 벤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가 투자한 벤처 기업들의 가치가 현재 2조원에 달하는 등 IMP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도 포스코는 도전과 창의에 기반한 프론티어 정신 갖춘 벤처기업들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으로 육성해 ‘또 하나의 포스코’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차전지소재, 수소 등 그룹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미래 유망 사업 등 신수종 분야 발굴을 통해 그룹 시드 사업 토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와 육성은 직접적으로 그룹의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 통한 유망 벤처 기업 발굴 및 투자

포스코 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IMP:Idea Market Place)는 2011년 10월6일 포스코센터에서 시작됐다. IMP는 벤처창업 희망자와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투자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거나 직접 투자 하는 포스코의 대표적인 벤처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포스코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벤처 기업 지원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에 나선 것은, 포항의 허허벌판에서 대한민국 철강업의 기틀을 다지고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로 성장해온 포스코의 DNA와 벤처창업 DNA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들이 아무리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하더라도 그것을 현실에서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뗀 신생 기업으로서는 이렇다 할 실적도, 담보도 없는 상황이라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엔젤 투자다. 보통 스타트업(start-up)이란 창업 7년 미만의 신생 기업을 뜻한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다. 성장성이 높게 점쳐지곤 하지만, 반대로 실패할 위험도 크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를 하는 주체를 엔젤 투자자로 부른다. 향후 스타트업이 상장에 성공하는 등 기업가치가 오르면 큰 이익을 얻지만 실패할 경우 투자금의 대부분을 잃는다. 창업가에게는 그야말로 천사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IMP를 통해 이러한 앤젤 투자자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투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한편, 직접 투자에도 나섰다.

포스코가 지난 10년간 총 22회의 IMP를 통해 선발한 기업은 411개사다. 이 중 132개 기업에 215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민관협력 창업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투자로 연계한 회사도 53개사에 이른다. 팁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5억원 이내의 정부 연구개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에는 IMP 참가기업으로 선발되더라도 투자자 대상 발표를 통해 선발된 일부 기업에만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선발 단계부터 투자를 병행해 참가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포스코로서도 유망 벤처기업을 선점해 집중 육성할 수 있는 기회다. 윈윈(win-win)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19년 5월21일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손잡고 1조원 규모의 벤처 사업화 기반 구축과 펀드 조성 협약을 맺었다. 벤처밸리 조성에 2000억원, 벤처펀드에 8000억원을 각각 벤처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거나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 2020년 9월7일 국내 최초 엑셀러레이터가 결성한 벤처투자조합인 ‘IMP 펀드’를 조성했다. 51억원 규모인 IMP 1호 펀드는 2020년 8월 창업기획자가 벤처투자조합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벤처투자법’ 시행 이후 첫 사례다. 벤처투자조합은 개인투자조합 대비 법인 출자자 모집이 용이하고 투자 자율성이 확대된다.

[서울=뉴시스] 2020년 9월, 포스코는 51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벤처투자조합 ‘IMP 1호 펀드’를 조성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0년 9월, 포스코는 51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벤처투자조합 ‘IMP 1호 펀드’를 조성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멘토링과 인프라 제공 통한 벤처기업 집중 육성

포스코는 신생 벤처기업들에 자금 지원 외에도 사업 운영 전반에 걸친 노하우도 제공한다.

2011년 10월 제1회 IMP에 발맞춰 전문 멘토링 프로그램인 포스코벤처파트너스 1기가 탄생했다. 포스코 벤처파트너스는 벤처캐피탈리스트, 회계사, 금융자문가 등 전문가들로 구성돼 벤처기업에 사업 아이템에 대한 기술 실증 가능성 검토 등 멘토링을 한다. 벤처기업들은 워크숍 기간 동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실제 투자유치에 필수적인 스킬과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다. 이 밖에 ▲법률·세무·노무·재무 ▲마케팅·영업 ▲해외 진출 등 사업 실무에 대한 맞춤형 멘토링을 지원한다.

스타트업 용어에서 창업 초기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인큐베이팅이라고 한다. 벤처기업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때까지의 보육 기간이 마치 갓난아기를 키워내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인큐베이팅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인 인큐베이터다. 벤처기업도 사업을 현실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무실, 실험실, 회의실 등 물리적인 공간, 인프라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벤처기업의 니즈에 귀 기울였고, 그 결과물로 체인지업그라운드가 탄생했다. 시작은 2020년 7월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TIPS town)에 개관한 서울 체인지업그라운드이다. 팁스타운은 중소벤처기업부가 2016년부터 조성한 한국판 실리콘밸리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인큐베이팅 센터를 오픈했다.

1년 후인 2021년 7월에는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가 포스텍에서 문을 열었다.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국내 최대 규모인 연면적 2만8000㎡를 자랑한다. 서울,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에 약 130개 기업이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는 벤처기업들에 사무실과 회의실, 홍보 영상 제작 공간은 물론, 샤워실, 수면실 등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등 벤처기업 성장의 든든한 보금자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스코는 향후 2024년 광양 체인지업그라운드도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별로 균형 있는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2021년 7월 문을 연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의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1년 7월 문을 연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의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타트업의 성장, 씨앗이 열매를 맺다

IMP를 통해 키워낸 회사 중 한 회사가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성공했으며 4개 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매각됐다. 최근 2개년 IMP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의 총가치만 1600억원에 달한다.

기업공개에 성공한 네오팩트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 신경계·근골격계 질환 환자 재활기기 개발 회사다. 네오팩트는 2012년 제2회 IMP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2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뒤 2018년 상장했다. 상장 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591억원이다. 네오팩트는 IMP로 투자를 받은 2012년 당시 38억원이던 기업가치를 15배 넘게 키워냈다. 포스코는 2억원을 투자해 31억원을 회수했다.

초기 보육을 통해 성장한 회사는 자연스럽게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IMP 선발 후 10년간 키워낸 기업들은 약 1290명을 신규 채용해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IMP 프로그램은 초기 투자와 보육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지원을 약속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벤처기업과 포스코그룹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비즈(Biz) 매칭이다. 포스코 사내벤처 1기로 폐플라스틱을 건축용 자재로 업사이클링하는 이옴텍은 포스코,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해 이태원 공중화장실에 자재를 납품하는 등 건축 자재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는 최근 그룹 성장 전략에 연계해 IMP프로그램 운영을 강화하며, IMP 프로그램 참가기업들에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30 성장전략에 발맞춰 친환경 미래소재와 인프라 사업군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포스코그룹의 성장과 궤를 함께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기록을 쌓아온 IMP는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기업들이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 되는 등 이미 창업의 요람으로서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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