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인 디어달리아.
프랑스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인 디어달리아.
색조 화장품 시장은 한국 뷰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기초화장품에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에 다양한 인종에 어울리는 수백 가지 색상의 색조화장품 개발은 난관이었다. 디어달리아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출시 2년 만에 토종 색조화장품으로 프랑스, 미국, 일본의 주요 명품 백화점을 뚫었다.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디어달리아를 키운 박래현 바람인터내셔날 대표는 22일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명품 뷰티 시장을 겨냥해 브랜드와 제품을 개발한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색조 K뷰티는 안 된다’는 편견에 도전

佛 간판 백화점 뚫은 '뷰티 이단아' 디어달리아
2017년 첫 제품을 선보인 디어달리아는 2년 만인 2019년 유럽 최대 규모의 프랑스 백화점 갤러리라파예트에 정식 입점했다. 그해 미국 명품 백화점 니먼마커스에도 들어갔다. 작년 11월엔 일본 최고 명품 백화점 긴자미쓰코시에 입점했다. 미국 유럽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호주 인도 등으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디어달리아는 현재 200여 개 수준인 국내외 매장 수를 올해 네 배인 800여 개, 2023년까지 1000개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매출 목표는 1500억원이다. 지난해 316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디어달리아를 운영하는 바람인터내셔날은 2014년 화장품 유통업체로 출발했다. 첫 직장이었던 삼양사에서 유럽 등 해외 영업을 했던 박 대표는 일찌감치 해외 유통업에 눈을 떴다. 바람인터내셔날은 처음엔 국내 중소기업의 다양한 화장품을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각국으로 수출하는 유통과 마케팅을 대행했다. 하지만 한국 화장품은 대부분 가성비 위주의 중저가 제품으로, 시장 변화에 쉽게 흔들렸다. 박 대표는 “강력한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하고 당장 잘 팔리는 제품에만 집중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글로벌 명품 뷰티 브랜드를 만들자고 결심한 게 디어달리아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비건 색조화장품으로 차별화 성공

박 대표는 기존 유통, 마케팅 대행 노하우를 토대로 제품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명품 뷰티 시장을 철저히 분석했다. 다양한 국가의 뷰티보고서, 채널 빅데이터 등을 연구했다. 차별화 전략으로는 ‘비건’을 내세웠다. 디어달리아 출시 초기인 2017년 국내에선 비건 화장품이 생소했다. 하지만 유럽 시장을 경험한 박 대표는 비건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시행착오 끝에 비건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발색력 등이 뛰어난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당시 한국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엔 비건 기준을 충족하는 포뮬러가 없어 별도 개발 과정이 필요했다”며 “신생 브랜드임에도 제품을 개발해준 ODM 업체 연구원들이 없었다면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마케팅 전략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인종의 모델을 내세워 소셜미디어에 최적화한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했다. 현재 디어달리아의 인스타그램 글로벌 팔로어 수는 52만여 명으로 국내 주요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약 31만 명), LG생활건강의 VDL(약 12만 명)보다 많다.

박 대표는 “인스타그램 팔로어의 95% 이상이 외국인”이라며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은 것이 글로벌 주요 명품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했다.

디어달리아는 일찍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쿼드자산운용,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65억원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425억원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