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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넥슨에 2천억 더 쏟은 '오일머니'…왜 'K-게임'에 반했을까?

사우디 국부펀드 PIF, 넥슨에 투자 확대…누적 투자액 1.8조원
韓 게임사, 역량 글로벌서 인정받기 시작…해외 매출도 ↑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정은지 기자 | 2022-02-23 07:23 송고 | 2022-02-23 07:24 최종수정
넥슨 판교 사옥 (넥슨 제공) © 뉴스1
넥슨 판교 사옥 (넥슨 제공) © 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넥슨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달 들어 매입한 넥슨 주식만 817만6300주로, 누적 투자금은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BTS) 등 K-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글로벌로 인정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의 가시적인 해외 성과와 전례 없는 신작 출시 예고 등이 'K-게임'의 위상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K-게임에 반한 오일머니"…넥슨 주식 또 샀다

22일 일본 전자공시시스템(EDINE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PIF는 지난 1월2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11거래일에 걸쳐 넥슨 지분 1.01%를 추가로 취득했다. 취득 금액은 211억4439만엔(약 2205억원)으로 나타났다.

공시에 따르면 넥슨에 대한 PIF 지분율은 기존 5.02%에서 6.03%(21일 기준)으로 확대됐다. 누적 투자 금액은 1조8086억원(1735억5301만4000엔) 규모로, PIF 측은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PIF는 지난 1월 넥슨 주식 0.18%를 사들이며 보유 지분율이 5%를 넘어섰다고 공시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SNK, 블리자드, EA 등 일본·미국 위주 게임사에 투자했던 PIF가 포트폴리오에 국내 게임사를 추가한 것에 주목했다. 게임 업계에선 중동 '오일머니'가 국내 게임사에 첫 거금을 베팅했다는 점을 주목하며 'K-게임' 위상이 글로벌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지난 9일 PIF가 총 7회에 걸쳐 엔씨소프트 주식 146만8845주(지분율 6.69%)를 약 8000억원에 취득했다는 공시가 이어지면서 업계 의견에 힘이 더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중동 국부펀드뿐 아니라 싱가포르 국부 펀드도 K-게임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수 기업 지적받던 韓 게임사, 글로벌 시장서 영향력 확대

K-게임이 해외 국부펀드의 시선을 끌게 된 데는 △국내 게임사의 기술·콘텐츠·퍼블리싱 역량 △일본·중국 대비 부각된 사업 경쟁력 △국내 게임사의 해외 매출 성장 △K-콘텐츠의 위상 증대 △다채로운 신작 라인업 등이 주요 요소로 언급된다.

중국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렸던 국내 게임사는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이 확산되며 위기를 맞았다. 이에 국내 게임사는 '모바일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워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16년만 해도 게임 시장의 주류는 PC 게임이었다. 그러나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고성능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게임은 빠르게 시장 내 몸집을 키웠다. 글로벌 게임산업 분석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시장 규모는 1803억달러로, 이 중 모바일 게임 점유율은 절반 이상인 52%(932억달러)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가시간 증대와 플랫폼 간 구분을 없앤 '크로스 플레이'라는 개념도 글로벌 게임 이용자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 북미·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토종 지식재산권(IP)의 흥행도 K-게임의 위상을 키우는 데 주효했다.

국내 게임사의 수출액(매출)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2021년 실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119억2428만4000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23.1% 증가한 81억9356만2000달러를 기록하며, 같은 해 음악·만화·영화·방송 수출액을 합한 값보다 높게 나타났다. 2020년 게임 콘텐츠의 수출액은 전체 콘텐츠 시장의 68%를 차지했다.

넥슨 신작 라인업 (넥슨 2021년 4분기 실적발표 보고서 갈무리) © 뉴스1
넥슨 신작 라인업 (넥슨 2021년 4분기 실적발표 보고서 갈무리) © 뉴스1

이에 더해 중국 게임사의 다소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과 국내 게임사들의 전례 없는 신작 출시 예고도 해외 자본을 사로잡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넥슨은 오는 3월24일 '던전앤파이터(던파) 모바일'을 포함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아크 레이더스', 'HIT2', 'DNF DUEL' 등의 신작을 출시하며 성장 동략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성공 사례는 그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정도뿐이었으나, 최근 여러 의미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1위 게임을 기록하며 북미·유럽에서 흥행하고 있고,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가 2021년 해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한국 모바일 게임으로 기록됐다"며 "K-콘텐츠 인기와 K-게임의 해외 매출 증대가 해외 자본에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수십조원의 기업결합(M&A)을 주도하던 중국 게임사가 사업 확대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 대비 영향력이 희미해진 것이 사실이고, 올해도 추가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매력적이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국내 게임사의 매력이 높아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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