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연기금의 ESG투자, 질적 성장 이루려면

  • 등록 2022-02-23 오전 6:15:00

    수정 2022-02-23 오전 6:15:00

[신성환 홍익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ESG금융 규모는 2017년 144조원 수준에서 2021년 2분기말 기준 531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ESG펀드의 숫자도 2020년 하반기부터 뚜렷이 증가하기 시작해 2021년 3분기 말 기준 111개의 펀드가 출시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연기금의 ESG투자 규모 역시 연기금의 책임투자 규모 확대로 2019년 32조원 수준에서 2020년 102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ESG투자는 대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소극적 측면에서 ESG등급이 좋은 기업, 즉 ESG요인들이 재무적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고 (이하 ESG통합전략투자), 또 다른 하나는 적극적 측면에서 기업의 구체적 ESG위험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ESG등급의 개선을 유도하는 투자이다 (이하 ESG임팩트투자). 전자가 ESG경영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이라고 하면, 후자는 직접적으로 ESG경영의 변화를 도출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전자의 경우이고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에 탄소저감장치 설치 목적의 투자를 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두 유형 모두 의미 있는 투자이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ESG투자 규모에 비해 질적 성장, 즉 ESG투자가 기업의 ESG경영을 유도하고 가속화하는 역할은 미흡한 상황이다. 국내 ESG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연기금의 경우 ESG통합전략 형태의 소극적 투자만을 시행하고 있고 ESG임팩트투자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부적절한 ESG투자 성과평가와 ESG투자의 목적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투자 벤치마크 설정으로 인해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ESG투자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국내 연기금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현재의 소극적 ESG투자인 ESG통합전략에 더해 적극적 ESG투자인 ESG임팩트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ESG임팩트투자에 대한 투자 가이드라인이나 성과평가 방법 등은 ESG통합전략 투자와는 별도로 설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실증분석 연구들이 ESG임팩트투자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결과를 제시하는 것을 고려하면 ESG임팩트 투자는 ESG투자의 질적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ESG투자의 목적에 부합하는 ESG벤치마크를 설정해야 한다. 연기금이 사용하는 주식투자 벤치마크는 일반적으로 종합주가지수(KOSPI)인데, 그렇다고 해서 ESG벤치마크를 종합주가지수나 이와 유사한 형태로 설정하면 무늬만 ESG투자인 꼴이 되기 쉽다. ESG벤치마크를 ESG투자의 목적에 맞게 별도로 설정하고 종합주가지수와 ESG벤치마크간의 불일치 위험은 연기금이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ESG투자에 대한 성과평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평가대상 기간도 3년 내지 5년으로 장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SG투자는 비재무적 요인들이 기업 장기성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 투자성과에 기초하여 평가하는 것은 투자의사결정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량적인 평가는 장기 투자성과에 기초하고 1년 이하 기간 동안의 단기 평가는 투자의사결정의 합리성 평가 등 정성적 평가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ESG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하기 위한 기업경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고, ESG투자는 기업의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이자 핵심 수단이다. ESG투자의 질적 성장을 위한 국내 연기금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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