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제2의 우버 찾아라” 비상장 혁신기업 투자 물꼬 틀까
②“쿠팡따라 미국 간다”… 한국 떠나려는 유니콘기업들
③증권사도 ‘스타트업 자금줄’ 된다… 혁신기업투자 경쟁 본격화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기업성장투자기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비상장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BDC 진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증권사·운용사·VC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 기대

BDC가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술력, 잠재력, 성장성 등은 겸비했지만 자금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높이면 상장 후 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증권사의 경우 투자한 기업이 상장하면 주관 업무도 맡을 수 있어 수익이 더 늘어날 수 있다.

BDC 운용자격은 연 평균 수탁액 1500억원 이상, 자기자본 4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한 금융투자회사 및 벤처캐피털(VC)이 해당된다. BDC 도입 논의 초기엔 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하기 때문에 최소 공모펀드 운용을 할 수 있는 ‘단종인가 공모’를 갖춘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로 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VC업계에서 비상장기업 발굴과 투자라는 도입 취지를 내세우며 반발하자 최종적으로 단종 공모 자격에 준하는 요건을 보유한 VC도 BDC 운용 자격을 갖게 됐다.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면 빠르면 올 상반기 중 BDC가 공식 도입될 예정이다. BDC 제도가 도입되면 인가 받은 증권사를 비롯한 자산운용사와 VC 등은 BDC를 설립할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BDC 도입 움직임도 눈에 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일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비상장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BDC 제도를 도입하고 소액 공모금액 한도를 상향해 혁신 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금투협도 BDC가 신속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BDC가 일반투자자들에게는 혁신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혁신기업에는 모험자본 공급 통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일종의 비상장 전문투자 펀드인 BDC는 투자자들이 모험자본 공급 주체가 돼 혁신기업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비상장기업 거래 플랫폼으로 고객 확보 ‘분주’

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증권사들도 BDC 시장 선점을 위해 일찌감치 비상장 기업 거래 플랫폼 출시와 함께 전담팀을 꾸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비상장주식 플랫폼은 ▲유안타증권의 비상장레이더 ▲두나무의 증권플러스 비상장 ▲코스콤의 비 마이 유니콘(Be My Unicorn) ▲신한금융투자의 서울거래 비상장 서비스 등이 있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8년 2월 비상장주식 전용 중개 플랫폼인 ‘비상장레이더’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비상장레이더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이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2019년 블록체인 전문 기업 두나무가 운영중인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연계, 안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은 현재 5054개로 유망주부터 유니콘까지 다양한 비상장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공모 일정과 상장 추진 등 진행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비 마이 유니콘’은 비 마이 유니콘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결제부터 스타트업과 같은 초기 벤처·중소기업의 주주명부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서비스다. 다른 유사 서비스들과 달리 거래를 위해 별도로 증권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한 플랫폼 내에서 모든 절차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코스콤, KEB하나은행, 엑셀러레이터협회 등 6개 기관과 함께 코스콤의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 ‘비 마이 유니콘’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운영사 피에스엑스(PSX)와 제휴를 통해 ‘서울거래소’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지난해부터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연동해 제공하고 있다. KB증권은 비상장 주식 관련 전담팀을 신설해 관련 거래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NH투자증권도 외부 운영업체와 제휴를 맺고 비상장주식 거래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BDC 관련 법안이 몇 년 째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증권사들의 BDC 관련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일시 정지된 상태다. KB증권 관계자는 “BDC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며 “기존에 구성했던 TF(태스크포스)는 유지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돼야 유의미한 진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2019년에 정부 추진 사업으로 BDC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고 당시 코스콤의 ‘비 마이 유니콘’ 사업에 참여했다”면서 “다만 비상장기업 투자 목적 수단(vehicle)으로 BDC를 신규로 설립하는 것에 대해선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 세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