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VCㆍPEF들 CRO 체계 도입 검토…CEO 맞먹는 권한 준다
입력 2022.01.18 07:00
    IMM인베, 내달 중 CRO 영입…운용 경험 풍부한 베테랑 찾는다
    CEO 맞먹는 권한…"사실상 모든 거래 스톱할 수 있는 권리준다"
    IMM PEㆍE&F PE 등 PEF 사이에서도 CRO 도입 움직임 나타나
    해외에선 금융위기 이후 CRO 위상이 CEO·CFO 수준으로 격상
    모험자본 투자 전유물의 벤처펀드마저 안전지향 변모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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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 이어 대형 벤처캐피탈(VC) 업체들도 리스크관리책임자(CRO) 체계 도입을 속속 검토하는 분위기다. 운용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리스크관리 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이들에게는 사실상 모든 투자 검토를 스톱시킬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권한이 부여될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대형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모험자본 투자의 전유물이었던 벤처펀드가 점차 안전지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대형 VC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VC인 IMM인베스트먼트(IMM인베)는 내달 말 CRO 체계 도입을 목표로 관련 준비 작업에 나섰다. 이번에 영입될 CRO는 국내외 펀드 전반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 기획 업무를 맡게 된다. IMM인베는 특히 외국환 거래 등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운용 경험을 갖춘 베테랑을 물색 중이다. 

      CRO 영입과 함께 지배구조에도 개편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CRO에게는 사실상 모든 거래(Deal) 검토를 스톱시킬 수 있을 수준으로 막강한 권한이 부여될 예정이다. CEO와 함께 지배구조 정점에 서서 힘의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VC 펀드가 대형화하면서 다른 대형 VC들 사이에서도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리스크 전담임원의 지위나 역할, 권한 또한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경우에도 VC들은 PEF 운용사 못지 않게 투자집행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모양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26곳이 지난해 1000억원 이상 규모로 투자했다.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지난해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조금씩 태동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작년 6월 KDB생명 자산운용부문장(CIO)를 지낸 이상훈 전 부문장을 CRO로 영입했다. 이 CRO는 삼성생명에서 국내외 부동산 투자를 맡았던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약 18조원에 달하는 AUM을 총괄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중견 PEF 운용사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F PE)는 윤종영 전 메리츠증권 감사실장을 CRO로 영입했다. 윤 전 실장은 15년간 IB에서 근무하며 재무 및 감사 부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사에서는 CRO의 위상이 CEO·최고재무책임자(CFO)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RO가 이사회 구성원에 포함되거나 이들을 중심으로 금융사 조직체계가 재정비되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최고 경영진의 독단적 행동에 따른 리스크를 막으려는 차원에서 속속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라임 사태와 DLF 이슈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각 투자사들도 리스크 관리를 전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최근 이들의 CRO 도입 움직임은 모험자본 투자에 활용됐던 벤처펀드까지 점차 안전지향 중심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대형 VC 관계자는 "투자처가 다변화하면서 각국 정세와 법, 환경 문제 등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에 따른 투자 전략 검토가 필요해졌다. CRO라는 직급이 별도로 있진 않더라도 전무나 상무급 인사가 리스크관리총괄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