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들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으로 달려들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미리 증시에 상장시켜 놓은 명목상 회사를 말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립된 스팩 21곳 중 12곳의 발기주주에 VC가 포함됐다.

'스팩 열풍' 수십억씩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대표적으로 스틱벤처스는 지난 6월 코스닥시장 최대 규모로 공모에 나섰던 NH20호스팩에 40억원을 투자했다. 단일 VC가 스팩에 투자한 금액으로는 가장 많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NH19호스팩에 30억원을 지난 3월 투자했다.

프로디지인베스트먼트와 코오롱인베스트먼트도 이달 공모절차를 진행하는 NH스팩22호에 돈을 넣었으며, KTB네트워크 역시 대신밸런스11호스팩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솔리드원인베스트먼트, YG인베스트먼트, 솔트룩스벤처스 등은 교보11호스팩에 발기주주로 지난 8월 이름을 올렸다.

VC들이 스팩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스팩 특성상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하면서도 청산 기간이 짧다는 장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VC 대표는 “스팩은 통상 투자기간이 5년 이상인 벤처펀드와 달리 3년 안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만 하면 투자금 회수 길이 열린다”면서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원금이 보장돼 청산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2018년 삼성스팩2호에 10억원을 투자한 KTB네트워크는 올 들어 스팩이 엔피와 합병한 덕분에 투자금이 150억원대로 뛰었다.

VC들은 주로 스팩에 고유계정(자기자금)을 통해 투자하고 있는데, 이 역시 수익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면서 운용자산을 키우는 점도 스팩으로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투자업계에서는 VC들의 스팩 투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팩 운용사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올해 사상 최대였던 공모주 시장이 내년에 다소 줄어들면 스팩 합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VC의 스팩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