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으로 제도권 발 들인 두나무…금융당국 기조는 아직 미온적
입력 2021.12.01 07:00
    우리금융 소수지분 확보, 제도권 금융 진입에 의의
    금융당국은 여전히 차가운 시선…금산분리가 골치
    금융위 등쌀에 블록체인 기업 인수 무산 사례도
    정부교감까지는 시일 예상…거래소들도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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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나무가 우리금융 소수지분을 확보하면서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했다. 사실상 음지에 있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은행권과의 협업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와 무관하게 두나무 등 코인업체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은 여전히 미온적이란 평이 많다. 금융위원회 눈치에 블록체인 업체 인수 건을 무산시킨 투자사 사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두나무는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전에도 참여해 새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나무는 이번 본입찰에서 최소 응찰조건인 1%를 최고가격으로 써냈다. 두나무가 제시한 입찰가는 1만4000원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이번 지분 인수는 은행권 영향력을 통해 실명계좌 확보 등 거래소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올해 상반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인증체계(ISMS) 인증과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6개월마다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계약을 갱신해야 하지만 은행권 주주가 되면 협업관계를 도모하기 용이할 수 있다. 

      두나무가 확보한 지분은 1% 소수지분으로 이사회 참여는 어렵다. 다만 대주주 적격심사나 금산분리 원칙 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란 점에서 금융당국 부담은 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업계에선 두나무의 입찰참여를 두고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음지'에 있던 코인 업체들이 제도권 금융에 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상기된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와 무관하게 두나무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기조가 여전히 미온적이란 얘기가 많다. 다수 투자사에 따르면 금융위는 두나무를 포함해 코인 관련 업체들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완강한 상황이다.

      특히 금산분리 문제가 골치다. 가상자산거래소가 금융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우선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현재 특금법에 따라 '금융회사 등'에 속한다. 금융회사에 준하는 회사로 본 것이지만 금융회사는 아니라 점에서 해석의 여지가 다분하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국내 한 대형 투자사는 유망 블록체인 기업 인수를 결국 포기해야 했다. 이 관계자는 "코인과 관련이 없는 블록체인 원천기술 업체였음에도 금융위 눈치에 투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수 투자사들이 두나무와 관련해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나 LP(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부담스럽게 여기는 기류가 있는 만큼 자금집행도 잠시 멈춰 있다. 두나무의 경우 우리금융 인수전에선 금산분리 이슈를 비껴갔지만 사모펀드(PEF) 등 다수 투자사들의 LP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로 담기엔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은 기업이다. 

      업계에선 두나무가 정부와 교감을 나누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국민연금, 모태펀드 등 대부분 정책성 자금을 운용하는 곳들이 LP로 있다 보니 아무래도 정부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두나무가 이번에 우리금융 소수지분을 인수하면서 제도권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논의거리가 여전히 산적해 있는 만큼 당장 투자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일부 운용사들이 민간 LP로만 프로젝트 펀드를 구성해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등쌀에도 불구, 코인 관련 시장 수익률이 압도적인 만큼 투자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두나무는 최근 문을 연 '업비트 NFT'를 통해 하루 만에 1억원가량의 수익을 창출, 새로운 현금창출수단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