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계 4대 벤처강국 선언···제2 벤처붐 위해 스타트업 지원 약속
플랫폼-직역 간 갈등은 외면···‘스타트업 강국’ 원한다면 적극 중재 나서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선언하며 제2벤처붐을 위한 촘촘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정부는 모태펀드 추경을 비롯해 민간 중심의 벤처확인 제도 개편, 시장친화적인 벤처투자촉진법 제정,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성장을 위해 힘껏 뒷받침했다.

그러나 정부는 스타트업들에 신기술을 도입해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혁신을 권장하면서도, 정작 전통산업 업계와의 갈등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이 직역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시장 진입은 물론,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도 정부의 중재 움직임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들과 각 분야별 전문직 단체와의 갈등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온라인 법률플랫폼 로톡 등 리걸테크 스타트업은 변호사단체와,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비롯한 의료 스타트업은 보건의약단체 등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에선 신생 스타트업을 상대로 한 기존 사업가 단체의 과도한 견제라고 주장한다.

전문직 단체가 스타트업의 등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 플랫폼은 필연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이들도 인정한다. 다만 혁신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그간 여러 정부부처에서는 갈등 해결의 중재자로 나섰지만, 매번 변죽만 울릴 뿐 성과는 없었다.

지난 9월 법무부는 리걸테크 플랫폼의 기존 산업 정착 방안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다만 직접 개입이 아닌 양측의 자발적 해결을 돕겠다는 취지여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더구나 TF 구성에서 각 이해당사자가 배제돼 아쉬움은 더 컸다.

민주당 내 초·재선 의원들이 결성한 유니콘팜도 법무부의 유보적인 태도에 직접 갈등을 봉합하겠다고 나섰지만, 1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의 일상엔 플랫폼 스타트업이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잡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다가올 미래는 플랫폼이 이끌어가는 디지털 사회다.

물론 아무런 규제 없이 신생 스타트업들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플랫폼 규모가 커질 때는 적절한 제약이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 등 일정 기간을 주고 그 틀 안에서의 시범 운영을 통해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추후 규제를 만들면 된다. 우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기존 산업과 상생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빠르게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줄곧 ‘스타트업 강국’을 외쳐온 만큼 마지막으로 스타트업과 직역 간 상생을 위해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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