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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 규제에 부딪힌 벤처투자법 [thebell note]

이종혜 기자공개 2021-11-23 08:28:23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2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산업에는 규제가 따른다. 규제는 네거티브, 포지티브로 나뉜다. 포지티브는 법률·정책상 허용하는 것만 되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한다. 반면 네거티브는 금지한 행위만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한다. 포지티브 방식이 규제의 강도가 훨씬 세다.

네거티브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가 산업마다 층층이 얽혀있다. 그러니 무슨 일을 도모하려면 소위 법 전문가가 돼야 한다. 알아서 요리조리 창의적인 방식으로 피해가야 생존할 수 있다.

최근 벤처생태계도 '포지티브 규제'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제정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이 규제에 가로막혔다. 벤처투자법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창지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육성법)에 분산돼 있던 ‘벤처투자제도’를 통합해 단순화시켰다.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다양한 주체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토종 자본 주도의 K-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대형 투자, 스케일업 투자의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문제는 벤처투자법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발견됐다. 벤처투자법을 따르면 VC는 자산운용사·증권사와 공동운용(Co-GP) 벤처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을 따르면 벤처펀드는 조성될 수 없다.

자본시장법,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는 벤처투자법 이전 법인 벤처기업육성법, 창지법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시행령에 벤처투자법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에선 ‘법률에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니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첫 스마트 물류, 자율주행 벤처투자펀드인 ‘키움-비하이 스마트물류·시티펀드’는 출범을 목전에 두고 좌초됐다. 금융당국이 포지티브 규제를 고수하면서 펀드 결성이 무산됐다.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만으로도 충분히 결성이 가능했지만 말이다.

이로 인해 해당 분야 출자사업은 도돌이표를 찍었다. 또 하나의 비효율이 발생한 셈이다. 펀드 결성이 안 되면서 AI, 자율주행차, 스마트건설 등 분야에서 투자를 기다리는 스타트업에게 피해가 전이될 조짐이다.

물론 규제는 필요하다. 문제는 합리성이다. 각종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법과 정책이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바뀐다. 각 주무부처의 규제 권한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곳곳에 씨앗을 뿌리면서도 한 손에는 도끼를 쥐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의 여지가 없다면 벤처투자법 시행령을 타법개정 등을 통해 빠른 조치를 취해야한다. 그래야 민간의 경쟁력 있는 주체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벤처투자법의 취지가 착시가 아닌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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