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가는 사모펀드·창투사… 줄이은 상장 추진 '바람'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투자 자산 형태에 상관없이 조성되는 펀드다. 기업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다양한 자산을 바탕으로 일정한 수익을 내는데 주력한다. 주식만을 매수하는 게 아니라 채권·금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이면 무엇이든 펀드의 투자 대상이 된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와 벤처캐피탈(VC)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끌어들여 자금 조달력을 늘린 후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KTB네트워크·스톤브릿지벤처스 상장 추진 ‘바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인 KTB네트워크가 올 12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KTB네트워크는 창업투자금융, 벤처기업투자 사업을 영위하는 VC로 KTB투자증권이 지분 65.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KTB네트워크는 지난 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5800~7200원, 총 공모금액은 1160억~1440억원(2000만주)이다. 이달 29~30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2월 6~7일에 청약을 진행, 연내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자본금은 400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수익 669억7400만원, 영업이익 446억4700만원, 순이익 357억6500만원 등을 기록했다.

KTB네트워크의 운용자산은 1조1195억원으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40년의 업력만큼 전문가도 다수 포진해 있다. 심사역의 상당수가 10년 이상 경력자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는 “IPO를 통해 모집한 재원은 브랜드 가치 제고와 미래 투자를 위한 펀드 출자금 조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과 펄어비스에 투자해 ‘잭팟’을 거둔 스톤브릿지벤처스도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이달 중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심사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쯤 공모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이 상장 실무를 함께 맡고 있다.

이외에도 캡스톤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등 VC들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VC들이 주식시장 입성을 노리는 이유는 벤처투자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들이 투자한 벤처·스타트업은 유니콘·데카콘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최고 수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장에 나선 VC 대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공모가를 받았다. 실적까지 좋지 않아 주가도 부진했다. 2019년 이후부터 VC의 증시 상장이 끊긴 가운데 이번 KTB네트워크와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상장으로 VC들의 IPO 수요가 살아날지 관심거리다.

‘첫 코스피상장 PEF’ 스틱인베스트먼트, 사모펀드 IPO 포문 열까

증시로 가는 사모펀드·창투사… 줄이은 상장 추진 '바람'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연말 코스피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는 코스피에 상장된 모회사 디피씨에 오는 12월 17일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틱인베스트는 국내 대형 PEF 중 처음 코스피 상장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디피씨는 합병사의 이름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변경할 계획이다. 현재 코스피에 상장된 디피씨의 종목명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바뀌게 될 예정이다. 디피씨는 고압변성기 등을 제조하는 코스피 상장사로 합병이 완료되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코스피에 상장된 첫 PEF 운용사가 된다.

앞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PEF와 VC는 다수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린드먼아시아, 나우IB캐피탈, 아주IB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SBI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 대성창업투자, 우리기술투자, 엠벤처투자 등이 있다.

하지만 코스피 상장사로서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첫 주자로 떠오르게 됐다. 업계에선 코스닥에 비해 코스피 상장사로서 가질 수 있는 조달 능력과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진행하는 펀드레이징과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GP(운용사)들의 고민은 펀드 조성 때 스스로 투입해야하는 ‘GP머니’”라며 “조달에 있어 상장사로서 증자 등 외부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더 큰 규모의 펀드를 만들기 용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PE(프라이빗에쿼티)와 PEF(프라이빗에쿼티펀드)의 차이 : ‘PE’가 중심이 돼 운용하는 펀드를 ‘PEF’라고 부른다. 국내 법령상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구분돼 사용되는 개념이다. 한 개 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이면 사모펀드, 50인 이상이면 공모펀드로 규정한다. 이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다시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 등 2가지로 구분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특정 기업에 대해 최소 10% 이상의 지분을 바탕으로 펀드가 실제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조성된다. 이 펀드를 사모투자펀드(PEF)라고 부른다. 이 PEF에 돈을 댈 투자자(LP)들을 모집하고 운용하는 역할(GP)을 하는 곳을 흔히 PE라고 부른다. 이 PEF를 조성할 때 돈을 댄 투자자들에게 투자 대상 기업을 미리 알려주고 자금을 모집하면 ‘프로젝트 펀드’, 투자 대상 기업을 알려주지 않고 운용사를 믿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미리 받기로 약정하면 ‘블라인드 펀드’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