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들이 잇달아 투자 과정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27일 VC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이달부터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된 기업의 사업 내용이 환경·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있다. 투심위는 VC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최종 결정하는 회의다.

평가 모형은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를 준용해 자체 개발했다. 기업의 사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회사의 투자 철학인 ‘지속가능한 시장과 더 나은 미래’와 부합하는 정도를 점수화한 뒤 이를 등급 체계로 만드는 것이 평가 모형의 주요 골자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평가 점수와 투자 수익, 스타트업의 사업 성과 간 상관관계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벤처스는 ESG 전문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손잡고 ESG 투자 기틀을 마련했다. 투자 기업들의 ESG를 평가하고, 자문을 제공하기로 했다. 투자 심사 과정에도 ESG 지표를 마련해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위벤처스는 심사역 전원이 서스틴베스트가 주관하는 ESG 관련 교육을 이수한 바 있다.

코스닥 상장사 TS인베스트먼트도 ESG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투자 기업에 적용되는 ESG 운영 규정을 최근 제정했다.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들 기업의 환경 성과를 고려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을 제시하는 등 총 45가지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차원에서 ESG 투자도 장려한다. 벤처캐피탈협회 부설 한국벤처캐피탈연수원에서 28일부터 국내 VC를 대상으로 하는 ESG 투자 실무 강의를 운영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그룹, 삼일PwC ESG플랫폼 등 전문가 집단을 초빙해 강의를 열 계획이다.

업계는 투자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ESG를 고려하는 것이 VC의 수익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운용 기간이 8년 이상으로 긴 벤처펀드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피투자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세계적으로 ESG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회사를 발굴해야 투자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