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HMR 키운다…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투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낸다. CVC를 앞세웠지만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유통 본업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 투자 성격이 강하다. 코로나19에 따른 내식 증가로 급성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롯데벤처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롯데벤처스

HMR 푸드테크 업체 '프레시지'는 이르면 이달 중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120억원 안팎의 추가 투자를 유치한다. 롯데벤처스 주도로 추진된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신세계그룹 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도 동참한다. 롯데벤처스와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각 20억원 상당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신세계 등 푸드테크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전략투자자(SI)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 재무투자자(FI)도 별도로 80억원 안팎의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이보다 앞선 시리즈C투자와 동일한 1600억원 상당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과 3000억원 안팎의 추가 투자 유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와는 별개로 구주 인수와 신주 발행을 거쳐 회사 지분 상당수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PEF 인수 후에는 매각과 해외 증시 상장 등 다양한 회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가 프레시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HMR를 비롯한 푸드테크 시장 확대에 따라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프레시지는 롯데온과 SSG닷컴 e커머스 채널 중심으로 HMR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상품 판로를 넘어 공동 상품개발 등 간편식 분야에서 협업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프레시지 매출 신장률은 78.6%로,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도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46.8% 늘어난 40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해외에 진열된 프레시지 밀키트
해외에 진열된 프레시지 밀키트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미래식단 프로젝트를 통해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150억원 규모의 롯데푸드테크펀드도 조성했다. 현재 콩으로 만든 마요네즈를 생산하는 더플랜잇, 프리미엄 샐러드 배송서비스 프레시코드, 공유주방 플랫폼 위쿡 등에 대한 투자를 완료했다.

신세계그룹도 이마트 피코크 등 밀키트 사업에 주력하는 만큼 푸드테크 투자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달 마무리된 푸드 스타트업 '쿠캣'의 시리즈D 투자에도 참여했다. 쿠캣은 음식 커뮤니티, 글로벌 레시피 동영상 채널, 자체 푸드몰 쿠캣마켓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에는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며 푸드테크 육성에 직접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가 관심을 높이는 HMR 시장은 인구 구조 변화에 힘입어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9년 3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HMR 시장은 2022년에는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중 반조리 간편식인 밀키트는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연평균 31%씩 성장해 2025년에는 72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프레시지를 비롯해 테이스티나인, 마이셰프 등 관련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