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조원 규모로 성장한 PEF 시장…"공정 경쟁 환경 만들어야"

"해외 PE(사모펀드)는 국내에서 아무런 운용규제를 받지 않는 반면 성장궤도에 올라선 국내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게는 운용 규제가 적용된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유튜브 비대면 생중계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사모펀드 규제합리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PEF(사모펀드) 시장은 2004년 말 제도 도입 이후 약정규모가 연 평균 20% 이상 지속 증가하며 2019년 말 기준 84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등록 PEF 수는 2004년 12월 2개에서 2019년 12월 721개로, 같은 기간 PEF 약정액은 4000억원에서 84조 3000억원으로 늘었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약정액 연평균 증가율은 22.9%, 등록 PEF 수 연평균 증가율은 31.9%다.

2010년 이후 결성규모 1000억원 미만의 소형 PEF 비중도 지속해서 늘었다. 2010년 소형 PEF 비중은 34.5%에서 2019년 78.6%로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신생운용사들이 PEF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다.

/사진제공=자본시장연구원

박 연구원은 "국내 PEF 시장은 지난 15년간 제도 도입의 취지에 부응하는 발전 과정을 밟아온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 성장이나 운용사 수익 증가와 같은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운용의 질 측면에서도 일정한 발전 궤도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바이아웃 비중 증가를 통해 기업구조 개선의 잠재력 확대,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 투자전략으로서 인수후통합(buy-and-build)의 확산 등은 모두 국내 PEF 시장이 지속적인 발전 과정에 있음을 시사하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1년 이후 바이아웃 비중은 증가하고 소수지분 투자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바이아웃은 1대 주주가 되는 모든 지분 투자(보통주 및 우선주)를 뜻한다. 소수지분 투자는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중순위)과 2대주주 이하에 해당하는 지분투자를 말한다.

그는 "2004년 말 당시 PEF 도입 취지가 경영권 투자가 가능한 국내 자본 육성이었던 만큼, 바이아웃 비중은 PEF가 정책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지, 시장참여자의 자신감은 어떤지를 반영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라며 "(바이아웃 비중 증가는) 제도 도입 취지에 부응하는 국내 PEF 시장의 성장과정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PEF 회수까지 평균 보유기간은 4.1년으로 보유기간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투자실패율은 3.4%로 해외 6%보다 낮은 수준이다.

회수 방식은 2010년 이후 3대 회수방식(M&A(인수합병), 세컨더리(타 PEF로의 매각을 통해 회수), IPO(기업공개))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해외 PE 시장과 유사한 모습을 띄었다. 2010년 3대 회수방식 비중은 28.6%에서 2016년 66.7%로 늘었다.

/사진제공=자본시장연구원

박 연구위원은 향후 국내 PEF 도약을 위해서는 "PEF 투자의 기본이 가치 제고를 통한 수익창출인만큼 지속적으로 피투자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투자 확대를 통해 국내 PEF 고유의 브랜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국내 PEF 운용 규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PE 투자 역사가 길고 운용경험을 갖춘 해외 PE는 국내에서 아무런 운용규제를 받지 않는 반면 성장궤도에 올라선 국내 PEF 에게는 운용 규제가 적용된다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국내 PEF 시장의 한 단계 도약과 이를 통한 전체 사모펀드의 발전을 위해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