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제도권 진입 P2P] P2P는 사기다?…오해와 진실속 과제는

'착시 효과' 연체율…부실·손실률 공시 항목 필요
"단계적 등록 방안 필요"…인센티브 차등 규제도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2020-08-18 06:32 송고 | 2020-08-18 08:57 최종수정
© News1 DB
© News1 DB

"선량한 4000여명 투자자의 56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조금이라고 회수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청와대 국민청원) 

"P2P가 다 사기업체가 아니라 사기꾼이 많은 겁니다"(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P2P'를 입력하면 자동입력 단어 첫 화면에 '사기'가 함께 뜬다. 한때 '혁신금융의 총아'로 불리던 P2P금융이 법 시행을 10여일을 앞두고 '사기꾼'으로 전락한 것이다.

올해 들어 투자받은 자금을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쓰는 이른바 '돌려막기'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거나 이런 행위를 했을 것으로 의심을 받는 업체만 3곳이다. 금융감독원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P2P 금융업체만 최소 17곳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1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이 기간을 악용한 '먹튀' 업체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투자자 간에는 업체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연체율' 지표만 높으면 사기업체로 낙인찍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상환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업체 쪽에 문의 전화가 쏟아져 업무가 마비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모두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결과다.
◇'제각각' 공시…"기준 통일하고, 부실·손실률 공시 필요"

"정확하게 공시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느낌이에요"

최근 한 대형 P2P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업체마다 공시 항목이 제각각이다 보니 나온 말이다. '돌려막기' 혐의를 받았던 팝펀딩과 블루문펀드의 경우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연체율이 1~2%대 불과했다. 연체채권이 부실로 이어져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부실률·손실률 등으로 공시하지 않은 업체가 절대다수다. 불리한 정보는 최대한 늦춰서 공시하거나, 보이지 않게 숨겨서 공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업체의 신뢰도를 파악할 때 대다수의 업체가 공통으로 공시하는 '연체율'을 제외하고는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연체율이 높으면 사기업체고, 낮으면 신뢰할 수 업체라는 오해가 쌓인다.

일례로 누적 대출액 기준 업계 1위 T업체는 지난달 말 기준 연체율이 19.62%, 3위 H업체는 11.63%에 달한다. P2P법에 따르면 연체율이 10%를 초과하면 자기자본 연계투자가 제한된다. 사실상 투자 주의 업체란 뜻이다. 1·3위 업체가 주의 업체인 실정이라면 다른 업체 투자도 쉽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렇지만 연체율도 착시 현상이 있다. 예컨대 한 업체의 대출잔액이 10억원인데 2억원의 채권에서 연체가 발생했다면 연체율은 20%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연체채권 중 50%를 부실채권으로 만들면 연체채권은 1억원만 남아 연체율이 10%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투자자는 부실채권으로 전환됨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데, 정작 부실률·손실률은 공개되지 않아 다른 투자자들은 연체율이 낮은 업체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 원금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자 부실채권으로 최대한 전환하지 않으려는 정직한 업체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또 연체율은 무리하게 상품을 많이 취급하면 낮아 보이기도 한다. 연체율은 연체채권잔액을 총 대출잔액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되는데, 대출을 급격히 많이 취급해 대출잔액 규모를 키우면 분모가 커져 연체율은 낮아 보인다. 업계 2위 P업체의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100%다. P업체는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확대하기 위해 부동산담보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데, 신규 대출이 없고 연체채권만 남으니 연체율이 100%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공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2P법 시행에 따라 '연체율 등 연체에 관한 사항'은 필수 공시 대상이지만 부실·손실률 공시는 빠졌다. 그나마 P2P법 감독규정에서 '부실채권을 매각한 경우',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채권 등의 발생' 등을 공시하도록 했으나 사실상 투자자의 손실이 확정된 후의 공시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뒷북 공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대다수의 P2P 업체는 기본적인 회사 사정을 파악해볼 수 있는 회계 감사보고서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P2P 업계 관계자는 "공시 항목을 우선 모두 통일·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스스로 공시 항목을 확대해 공개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2018.4.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차등 규제식 인센티브 필요…뒷북 조치 막기 위해 당국 권한 세져야"

P2P 업계에서 원금 손실 사태와 일부 업체의 일탈 행위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P2P법 시행령→감독규정→가이드라인 등으로 투자 한도를 하향했다. 시행령에서는 총 투자한도가 5000만원(부동산 3000만원)이었으나, 감독규정에서 3000만원(부동산 1000만원)으로 줄었고, 가이드라인에서는 1000만원(부동산 500만원)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더 감소했다.

물론 가이드라인은 1년간 유예 기간에 정식 P2P 업자 등록을 받지 않은 비등록 P2P 업체에만 적용된다. 다만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정식 P2P업 등록 과정이 2~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P2P 업체가 다음 달부터 유치할 수 있는 투자금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신뢰를 잃은 결과라며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일부 업체의 일탈 행위 때문에 전 업체가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제기된다.

단계적 등록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가칭 '가등록' 상태에서 1단계, 2단계 등으로 등록 과정을 구분해 인센티브(투자한도)를 차등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라며 "P2P 업체도 코로나19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인데 먹튀 업체들을 걸러내는 동시에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인책을 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P2P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도 "극단적인 한도 규제의 일괄 적용 대신, 잘하는 업체와 문제 업체에 대한 차등 규제 적용을 포함해 인센티브 구조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라며 "지금의 정책당국 기조대로라면 정기특판적금 수준의 너무 적은 투자 한도만 허용해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등은 비대면 금융 확대와 신용 수요 증가를 불렀다는 측면에서 P2P 업체 스스로의 주장대로 믿을 만한 신용평가모델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 고객도 확보하고 영업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위 다른 업체와 차별성을 둘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감독당국의 칼이 날카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은 올해 3월 블루문펀드의 이상 징후를 포착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못했다. 대부업법 등에는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P2P법도 이와 유사하다. 사실상 금감원이 부실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투자자로부터 비판을 한 몸에 받는 구조다. 규제는 강화됐지만 제재 권한은 제한돼 추후 사고가 발생해도 '뒤늦은 조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2P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틀어막고 평소에는 불량업체들이 교란해도 놔두는 방식이 이어지다 보니 업계 전체가 투자자로부터 불신이 쌓인다"고 했다. 또 "금융감독시스템이 기민하지도 예리하지도 못하고 무디고 둔탁한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신산업이 열렸다면 초기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규제가 강력히 돌아가야 한다"라며 "한정된 시장을 나눠 먹거나 교란하는 업체들이 조속히 식별되고 퇴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dyeop@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