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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코로나·폭우에도 국회 출근 도장…잠자는 금융투자 법안 통과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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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위기…신뢰 회복 최우선
금융세제 개편안, 업계 노력 결실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 지속 노력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증권업계에서 '영업맨의 신화'로 손꼽히는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이제는 국회에서 '영업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정회원 312개사, 준회원 103개사, 특별회원 25개사를 대표하는 금융투자업계 수장으로서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어깨는 무겁지만,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발걸음은 가볍다. "ㅇㅇㅇ의원님 지금 자리에 계십니다." 보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국회행이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금융투자 관련 법안들을 깨워 빛을 보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도, 기나긴 장맛비도 그를 막지 못했다.


[사람人]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코로나·폭우에도 국회 출근 도장…잠자는 금융투자 법안 통과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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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회장은 1985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임원이 되기까지 영업지점에서만 일했다. 1997년에는 강남지점장을 맡아 전국 1등 지점으로 키웠고 임원이 된 뒤로는 리테일사업, 홀세일사업, 기업금융 등을 두루 거쳤다. 2012년 대신증권 사장에 올라 7년을 보냈다. 그는 영업맨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신뢰'라고 강조한다. "고객이 때로는 손실을 보더라도 '당신이라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면서 진정성을 갖고 고객을 대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그가 지난해 12월20일 76.3%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금융투자협회장에 올랐다.

나 회장은 취임 직후 금융투자업계의 4대 과제를 제시했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발굴ㆍ제공, 모험자본 조달, 신사업 개발, 금융투자산업의 글로벌 변모 등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뢰'가 밑바탕 돼야 한다는 게 나 회장의 생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부터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등까지 겹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로 불리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위기에 몰렸다. 나 회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겠다"며 사모펀드 논란을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보완책을 내놨다. 사모펀드시장 건전화를 위해 전문사모운용사의 내부통제를 위한 매뉴얼 및 체크리스트 등을 제작ㆍ배포하고, 사모펀드에 대한 금투협 자율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사모펀드는 독창성과 자율성을 내세워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합리적 수준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금투업계 내에서도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해 더 큰 도약을 꾀해야 한다는 게 나 회장의 해법이다. 금투협은 업계를 대표하는 일반 협회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회원사를 조사할 수 있는 조사권도 갖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언택트) 중심의 자율규제를 해왔지만 다음달부터는 현장 조사도 늘릴 예정이다.


이렇게 신뢰를 얻은 후 개인들의 투자 수요가 펀드 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공모펀드 활성화에 주력한다는 게 임기 내 목표 중 하나다.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규모는 최근 3년간 40% 이상 증가한 반면 공모펀드 규모는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모펀드는 최소금액가입 요건도 낮고 판매채널 접근성도 높아 개인들이 자산증식 목적으로 널리 활용해왔지만, 수익률과 정책지원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투협은 금융당국과 함께 해외주식 직구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과 자문ㆍ판매 채널의 기능 제고 방안 등을 연구 검토해 공모펀드에 대한 정부 정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발걸음을 뗐다고 평가받는다. 처음 발표된 개편안에서는 2023년부터 양도소득세 부과되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은 2000만원에 그쳤고, 그나마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제외돼 펀드 상품에 대한 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금투협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증권거래세 폐지도 2022년 0.02%포인트 인하, 2023년 0.08%포인트 추가 인하하기로 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최종안이 발표되기 한 달 여간의 시간동안 금투업계의 요구사항을 진정성 있게 전달, 결국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이 5000만원으로 늘고 공모 주식형 펀드도 기본공제 금액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증권거래세 인하를 최초 방안보다 1년 앞당기는 동시에 손실이월공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된 것도 업계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라고 반겼다. 역대 금투협회장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기도 했다. 나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나 회장은 또 퇴직연금제도 혁신과 관련해 디폴트옵션과 기금형제도 도입이 재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및 금융당국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21대 국회가 열린 지난 6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국회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하루에 두 번씩 찾는 날도 많다. 선진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사모펀드 제도 일원화 등 국회 입법화를 위해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오는 10월까지 일정표에 점심, 저녁은 물론이고 티타임까지 빼곡히 찼을 정도다.


"단순히 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투자수익 구조를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나 회장의 말에 유독 '신뢰'가 느껴지는 이유는 오늘도 폭우 속에서 국회를 찾는 그의 '열정' 때문일테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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