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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형 벤처캐피털 허용, 혁신성장 마중물 기대한다

입력 : 
2020-07-31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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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이 가능해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원칙적으로 CVC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CVC가 대기업 총수의 사익이나 지배권 승계에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보완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반 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하려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 형태여야 하고 차입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할 수 있다. CVC 펀드를 조성할 때 외부자금은 조성액의 40% 안에서만 조달이 가능하다. 대기업 총수 일가와 금융 계열사는 출자할 수 없고 총수 관련 기업과 계열회사 투자도 금지된다.

여러 단서를 달았지만 CVC 허용은 벤처업계에 25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유보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벤처산업은 모태펀드 등 정부 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미국과 중국 등 외국에 비해 민간자본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창업은 많은데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기업이 많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대기업 투자 유치가 어렵다 보니 해외 자본으로 넘어가는 유망 벤처기업도 적지 않다.

CVC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벤처산업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벤처 투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CVC가 허용되면 대기업의 신사업 관련 벤처기업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벤처기업들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벤처 생태계가 창업과 투자, 자금 회수, 재투자와 재창업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구글 등 대기업 CVC들이 벤처 투자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벌써부터 CVC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사전·사후 통제 장치를 두겠다는데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자본뿐 아니라 풍부한 유동성 탓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으로 몰리는 돈을 혁신성장의 마중물로 돌려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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