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는 IT 산업의 쌀...10위 내 기업 키우겠다"

한국성장금융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1차 운용사 지유투자·피앤피인베스트먼트 인터뷰

금융입력 :2020/07/06 10:00    수정: 2020/07/06 10:48

"시스템반도체는 IT분야의 쌀과 같다. 그 동안 정체기였던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태동하고 있는 만큼, 한국성장금융의 시스템반도체투자펀드 결성을 계기로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기조 하에, 투자사들이 관련 펀드를 계속 조성했으면 좋겠다.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가 하나의 밑거름이 돼 10위 내에 들어가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들이 나오면 좋겠다."

한국성장금융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 펀드에서 8백억원, 성장사다리펀드 2백억원으로 총 1천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이 중 올해 1차 사업으로 2개의 운용사를 선정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지유투자와 피앤피인베스트먼트다. 두 운용사는 1차 사업 출자금 총 500억원 중 대부분을 시스템반도체 기업 주목적 투자에 쓰게 된다.

반도체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3.5: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두 회사는 그 동안 침체됐던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발굴하고,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업 특성상 긴 호흡이 필요한 만큼, 수익성보다는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 인재를 연결하고 관련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성장금융 역시 반도체 산업에 전문성이 검증된 두 운용사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반도체산업협회와 긴밀히 협력해 시스템반도체투자펀드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일 한국성장금융에서 시스템반도체투자펀드 1차 사업에 선정된 지유투자의 이강운 전무이사와 피앤피인베스트먼트의 안춘상 전무를 만나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 현황과, 펀드 운용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회사 소개를 해 달라

지유투자(이하 지유): 2017년 2월에 4명의 파트너가 설립한 유한회사형 벤처캐피털이다. 현재 2개의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 중이며, 1호 조합은 반도체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지유반도체성장펀드(273억원 규모)며, 2호 조합은 소프트웨어 및 IT제조업에 주로 투자하는 지유과학일자리창출펀드(160억원 규모)다.

피앤피인베스트먼트(이하 피앤피): 코스닥 상장사인 뉴파워프라즈마가 2018년에 설립된 창투사로, 지적재산권 분야와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과 성장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벤처 기업을 발굴하고 모회사의 경험과 회사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결합해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Q,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 현황은 어떤가?

지유투자 이강운 전무이사. 사진=백봉삼 기자

지유: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칩 설계 업체 부재 등의 이유로 상당기간 동안 침체기였다. 팹리스 서열을 따질 때 순위 내에 들어가는 국내 업체가 거의 없다. 장기로 키워갈 수 있는 아이템들이 부족하다 보니 팹리스 기업들이 성장을 하다가도 업종을 바꾸거나 꺾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 주도 사업도 나름 있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설계에서 중국에 밀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과거 국내 팹리스 기업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의미 있는 아이템과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지닌 팹리스 기업들이 창업되고 있어 국내 팹리스 산업이 재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피앤피: 시스템반도체는 IT 산업의 쌀과 같다. IT 분야가 침체되면 쌀도 줄어든다. 주력 사업이 좀 정체기에 들면서 내부 수요가 줄어든 게 시스템반도체 부진 이유 중 하나다.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산업이 태동해야 하는데, 지연이 되면서 문제점이 있었다. 한국 팹리스(설계) 경쟁력은 파운더리(생산) 경쟁력과 연결되는데, 비용 문제 등으로 외국의 파운더리를 이용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 산업이 태동하고 있고, 국내 파운더리 활성화 되고 있어 이 시기가 맞아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Q. 투자 철학은?

지유: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투자 경험이 풍부한 곳, 즉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외부 환경이나 변수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첨단기술 보유 기업을 초기부터 키워가려 한다. 반도체를 주력으로 IT 제조 분야에서 아직 덜 알려졌지만 의미 있게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과 동반성장하는 게 목표다.

피앤피: 혁신성과 개방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맞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신속히 투자한다. 또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전체 생태계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데, 한국성장금융과 반도체산업협회, 시스템반도체상생협의회 등과 함께 가장 최선의 결과를 내길 바란다. 반도체 관심을 이끌어내고 규모를 활성화 시키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Q.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운용 방향은?

지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쪽 지원은 정부나 파운더리 기업들이 도와주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팹리스 쪽은 예전보다 아이템들이 좀 더 창의적이고 지위가 올라갔다고 본다. 독특하면서도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몇몇 기업들이 기회를 모색하고 창업을 하는 것 같다. 한국성장금융의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자금으로 10개 내외의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70~80%는 주목적 투자할 생각이다. 각 기업당 평균적으로 20억원 규모로 투자할 예정이다. 기존에 우리가 투자한 반도체 기업 중에 후속 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

피앤피: 인공지능 쪽 중견기업과 대학의 기술력을 합쳐 큰 규모로 육성해 보여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소속된 시스템반도체 회사만 80~90개가 된다. 이런 기술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투자 대상이다. 또 영세한 창업기업을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12곳 정도 투자할 생각이다. 대학이나 새로운 기업들은 비용을 좀 더 쪼개 투자하는 전략을 취할 것 같다.

Q. 시스템반도체 기업 투자 계획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 달라

피앤피인베스트먼트 안춘상 전무. 사진=백봉삼 기자

지유: 시스템반도체투자펀드 투자 기간은 4년으로 설정 돼 있는데, 현재 준비돼 있거나 계획된 기업들은 1년 정도 내에 투자하되 2년 이내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3~4년차에 후속투자를 준비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팹리스 기업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번 펀드는 뒷단보다는 앞에서부터 기업들을 함께 키워가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기존에 운용한 반도체펀드의 경우는 투자 3년차부터 수익을 회수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 됐으면 좋겠다.

피앤피: 금년 안에 최소 8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 2년 이내에 투자 완료할 계획이다. 2년 내에 투자 골격을 완성한다는 게 목표다. 팹리스 중견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회수가 빠를 수 있지만, 대학이나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호흡을 좀 더 길게 보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보다 이미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Q. 투자를 바라는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봤을 때 당사의 강점은 무엇인가?

지유: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개발 인력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 회사의 경우 각 멤버들이 반도체와 관련된 인력들을 보유한 대학 교수들과 인연이 많다. 채용인력 지원이 가능하며, 반도체 분야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포트폴리오가 많아 이 분야 네트워크도 풍부하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인력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우리 투자사의 강점이다.

피앤피: 국내 반도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정부 정책 의지도 크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 펀드 운용 경험도 많고, 산학 전문가들과의 협력도 가능하다. 성장 투자팀이 따로 있어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을 할 방침이다.

Q.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운용의 성공을 위한 포부를 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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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앤피: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라는 큰 그림에 들어가는 하나의 퍼즐을 맞춘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역할을 다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다 활용해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조기에 정착시키도록 모든 노력과 열정을 다하겠다.

지유: 그 동안 팹리스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없었다. 한국형 퀄컴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는 많았지만 실질적인 성공 사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회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에서 의미 있는 기업이 발굴됐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수익률도 나와서 이쪽에 투자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기조가 계속되길 바라고, 이번 한국성장금융의 시스템반도체 펀드처럼 투자사들의 펀드가 계속 나와서 10위 내에 들어가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나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