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배민과 쿠팡, 유니콘기업의 민낯

2020-06-04 11:47:27 게재
"저 쿠팡회원 탈퇴했어요."

"잘 했어. 근로자 건강과 생명을 무시하는 기업은 없는 게 나아."

며칠 전 서울 은평구에 사는 엄마와 딸이 주고받은 이야기다.

최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쿠팡 회원탈퇴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맘카페에도 '쿠팡을 탈퇴했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맘카페 한 회원은 "코로나로 매출이 올랐는데 정부 방역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쿠팡 캐시가 꽤 많아서 아깝지만 버리기로 했다"고 올렸다.

C커뮤니티 회원은 "저 하나 탈퇴한다고 큰 영향은 없겠지만 쿠팡말고 살 곳이 많은데"라며 회원탈퇴를 독려했다. 이 글에는 쿠팡 회원탈퇴 방법을 자세히 알리는 댓글이 달렸다.

쿠팡의 방역부실과 물류센터 근로형태가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민들이 쿠팡 회원탈퇴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쿠팡은 코로나19 최대 수혜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방역지침은 지키지 않았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은 직원을 작업에 투입시켰다. 함께 일하던 시간제 근로청년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근로자 건강을 담보로 돈벌이만 했다"는 비난이 당연하게 들리는 이유다.

한 시민단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김범석 쿠팡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쿠팡은 유니콘기업이다. 유니콘기업은 설립된 지 10년 이하 비상장기업으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을 지칭한다. 유니콘기업은 모든 창업가들의 꿈이다. 쿠팡은 2014년에 유니콘에 입성했다. 국내에서 첫번째다. 현재 기업가치는 10조5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에 이어 쿠팡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다. 유니콘기업 실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

국내 유니콘기업은 10개다. 이들 기업의 지분은 대부분 외국계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물론 외국계자본의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된다. 국내 벤처투자 문화와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상당수 유니콘이 내수시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글로벌기업이 아닌 내수기업인 셈이다. 게임회사인 '크래프톤', 화장품기업 '엘앤피코스메틱' 'GP클럽' 등을 제외하면 글로벌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이 없다.

IPO(주식시장 상장)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당장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배민과 쿠팡은 유니콘기업의 빈약한 기업가정신도 보여준다. 기업가정신은 단순이 신기술개발을 통한 시장점유율에만 있지 않다. 리더십과 기업문화, 운영체계 등도 포함돼 있다.

정부도 배민과 쿠팡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유니콘기업 띄우기'에 앞장섰다. 중기부는 2021년까지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제 유니콘기업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할 때다. 형식(매출 규모)이 아닌 내용(경영 소유 노동 사회적책임 등)을 통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유니콘기업의 잇따른 탄생은 한국경제에 반가운 일이다. 유니콘이 좋은 큰 기업이 돼야 한다. 배민이나 쿠팡처럼 국민을 조롱하는 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칭송 받아서는 안 된다.

유니콘은 힘과 순결을 상징한다. 하지만 너무나 잔혹하고 위험한 맹수로도 자주 등장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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