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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탑골공원에 욜드 칼리지 설립…`MY벤처` 요람으로 만들자

국민보고대회 특별방송 "욜디락스 아이디어 참신"

욜드는 경험·인맥 전수하고
청년은 창업 아이디어 획득

주요 거점 지하철·기차역에
욜드 전용 창업센터 설치를
전문대는 재교육 폴리테크로

창업 지원자금 연령제한 없애
세대융합창업 활기찾게 해야
◆ 창간 54 국민보고대회 ◆

사진설명
매일경제 창간 54주년을 기념해 24일 전파를 탄 제29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특별 방송이 코로나19 사태에도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산업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욜드산업은 글로벌 산업 구조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진영호 두산중공업 상임고문은 "욜드는 체면이 중요한데 그걸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앞으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는 토대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찾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0일 이후 공원 문은 닫혔다. 철제 울타리 너머 텅 빈 경내는 적막한 공기만 흐를 뿐이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근을 배회한다. 노인들이 점거한 도심 한복판 1만5051㎡(약 4500평) 규모 알짜 용지는 청년층과의 동거를 허락하지 않은 채 '노인만의 섬'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탑골공원으로 모여들고 이들이 세상과 단절된 채로 급식에만 의지해 노년을 보내는 악순환 구도가 자리 잡은 것이다.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은 23일 매일경제 창간 54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제29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탑골공원 용지에 욜드(YOLD) 칼리지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탑골공원 용지를 개발해 초고층 규모 건물을 세우고 이것을 청년과 욜드(65~79세)가 함께 호흡하는 '욜디락스의 성지'로 만들자는 얘기다. 이곳은 밀레니얼(Millennial)과 욜드(YOLD)가 뒤섞이는 'MY벤처' 육성의 핵심 거점 노릇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낡은 인쇄업체, 조명업체와 철공소가 뒤섞여 있던 을지로가 청년 핫플레이스 '힙지로'로 진화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욜드 칼리지와 인근 을지로 등을 연계해 세대 융합 스타트업 용지로 육성하면 밀레니얼과 욜드가 뒤섞이는 MY벤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MY벤처에 특별 혜택을 주는 식으로 마중물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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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MY벤처가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으면 정부 차원에서 '매칭 펀드' 형태로 추가 자금을 부어주는 식이다. 정부가 2017년 시도한 세대 융합 창업이 2년 만에 실패로 돌아간 것 역시 MY벤처를 정교하게 지원하는 세부 전략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기술·인적 네트워크 지원이 전무했다. 체계적인 지도 없이 밀레니얼과 욜드가 창업했다가 사업 지연 책임을 떠넘기며 폐업한 사례도 발생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욜드 칼리지에 욜드 세대 구심점 노릇을 할 프로그램이 대거 도입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욜드가 서로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체험형 대학을 넣는 것이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욜드가 문화 특강을 열고, 은퇴 전 건설 현장에서 미장일을 하던 욜드는 전원주택 건립에 관심이 많은 또래 세대 욜드의 길잡이 노릇을 한다. 건물 일부에는 욜드 전용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대신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공개해 욜드용 제품,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창업을 노리는 청년층도 들어올 수 있다. 식품 벤처 창업가가 욜드 주택에서 나오는 65~70세 서울 출신 여성의 음식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반조리 식품'을 내놓는 식이다. 미디어 벤처를 노리는 청년이 70~75세 남성이 주로 보는 유튜브 콘텐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설계할 수도 있다. 욜드 칼리지 건물 자체가 거대한 리빙랩(실생활에서 실험하는 연구소)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주변 '핫플레이스'인 인사동, 익현동 거리와 연계해 스토리를 입히고 욜드 칼리지 지상 용지는 글로벌 욜드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공간으로 육성하면 매력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부동산 업체 어반에셋의 정성진 대표는 "정부가 채를 잡고 시행사로 나서고 대기업을 시공사로 끌어들여 욜드라면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복합몰로 개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는 욜드 칼리지 주변 종로3가역을 비롯해 주요 지하철역, 기차역에 '느슨한 형태의 창업센터'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욜드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신도림역 등 10개 지하철역과 서울역, 대전역, 부산역 등 8개 지역 거점 기차역이 창업센터 후보 지역이다. 욜드가 지나다니는 지하철역·기차역에 창업센터를 열고 이를 욜드 칼리지 네트워크와 연계하면 창업 열기가 모세혈관까지 전파될 수 있다.

저출산 여파로 생존 위기에 처한 전문대도 폴리테크로 변신해 욜드 창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에 비치된 강의실 등을 활용하면 '기술벤처'의 요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국 벤처 생태계가 집약된 '판교'를 요긴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요즈마를 비롯해 판교에 이미 자리 잡은 다국적기업과 연계해 한국 욜드산업과 해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욜드의 열정도 건강한 시민사회를 육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태극기부대 등 일부 단체가 종종 폭력 시위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사회 참여 열기를 건전한 곳으로 돌릴 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현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럽 등 고령화 선진국은 시니어가 사회에 참여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한다"며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아일랜드 인기 밴드 U2의 리더 보노 등 욜드 세대가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사회 분위기를 환기하고 있다. 조연미 시니어교육플래너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 경제 성장 과정에서 막대한 역할을 해왔던 욜드 세대는 은퇴 이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려고 한다"며 "욜드의 목소리를 사회 곳곳에 반영하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 = 한예경 팀장 / 홍장원 기자 / 박대의 기자(일본) / 유준호 기자(덴마크·핀란드) / 김문영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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