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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증안펀드,140조 연기금 공조 가능성은

등록 2020.03.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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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조7000억 규모 증시안정펀드 투입해

국내주식 140조 보유 연기금 매수 이끌어낼까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정부가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편성하기로 한 가운데 연기금의 추가 매수에 따른 증시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자금 애로 해소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은 모두 100조원이다.

이중 증안펀드는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5대 금융지주와 각 업권 금융사(18개 금융사), 증권 유관기관이 출자에 참여한다. 주식시장 전반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별 주식이 아닌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용된다.

이번 증안펀드 10조7000억원은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998조4500억원·23일 기준) 대비 약 1% 수준으로, 즉각 모든 자금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1%의 지수 상승을 이끄는 데 그친다. 약 4조원의 증시안정기금이 투입된 1990년 당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85조원 수준이었던 반면 현재 코스피 시총은 1000조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만에 1조원가량을 순매도하기도 해 증시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서만 10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안펀드로 조성되는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직접적인 증안펀드 투입 규모보다도 연기금의 추가 매수를 기대하고 있다. 증안펀드가 먼저 시장 안정판을 만들면 연기금이 추가 매수를 통해 주가를 일으킨다는 기대감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안펀드가 집행이 될 때 '시그널링 효과'가 있어 10조원보다 큰 수급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증안펀드 투입 때 연기금이 뒤따라 나오며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email protected]

국내 자본시장 큰 손인 연기금과 공제회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은 주가 부양을 위한 자금 투입에 대해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인위적인 자금 투입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지수 하락에 따른 전략적 자산 배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3대 연기금은 국내주식을 140조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내달 들어 집행되는 증안펀드와 함께 증시 안정판으로 나서게 될지가 관건이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조금씩 저가 매수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2000선이 무너지며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 9일 이후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보름여 동안 2조3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다른 기관투자자인 금융투자(-7100억원), 투신(-2500억원)의 매도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2조300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18% 비중이다. 사학연금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19조원 규모의 자산 규모 중 국내주식에 총 4조3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중 직접운용 규모와 간접운용 규모는 각각 1조8154억원, 2조2218억원이다.

공무원연금은 올 2월 말 기준 직접운용 1조63억원, 위탁운용 7245억원 등 1조7308억원을 국내주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2월 말 기준 전월 대비 국내주식 직접운용을 늘리고 위탁운용을 줄이는 자산 배분을 진행했다. 직접운용은 1.03% 늘어난 반면 위탁운용은 4.9% 감소했다. 코스피지수는 2월 말 기준 전월 말 대비 6.2% 하락해 공무원연금이 전략적 자산배분을 나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3월 이후 급락장에서도 비슷한 추이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한 공제회 CIO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공제회는 전략적 자산배분안을 마련해놓고 일정 지수 이하로 하락하면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증안펀드가 투입되는 시점에 이와 같은 자산 배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가 매수가 어렵다는 진단도 내부적으로 나온다. 주가가 급격하게 빠졌지만 하단을 종잡기 어려워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팀장은 "예전과 같이 정부가 증시 안정판이 돼달라고 한다고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장기화될지 알 수 없고 신용 경색 우려까지 나와 저점을 찾기 힘든 상황으로, 1400선으로 내릴 경우에나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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