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유니콘 1곳 경제효과 벤처의 수만배…규제풀어 쑥쑥 키워줘야

전문가 5인 대담
◆ 2020신년기획 / 유니콘 20개 키우자 / ⑤ 유니콘 20개 조건은 ◆


■ 대담 = 김경도 중소기업부장
사진설명
유니콘 기업 육성을 통해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하다. '유니콘 천국'으로 불리는 시애틀·샌프란시스코·베이징·싱가포르 사례는 한국이 유니콘 육성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10일 전문가 5명이 만나 유니콘 20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석종훈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참석했다. ―올해 경제 전망을 어떻게 보나.

▷석종훈 비서관=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바닥은 다진 게 아니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벤처 분야는 2018년 이후 투자 규모, 신설 법인 수, 유니콘 기업까지 느는 추세이므로 올해도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

▷성태윤 교수=한국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산업의 회복을 바라지만 한계가 있다.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2017~2018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 상황은 어려워질 수 있다. 벤처와 중소기업 역할이 중요해진 시기다.

▷정성인 회장=벤처캐피털은 '투자'와 '회수'로 나뉜다. 2017년 3조4000억원이었던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해 4조원 이상으로 커질 정도로 투자가 활발해졌다. 그만큼 많은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았다는 얘기다.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안건준 회장=올해 뭔가를 시도해 보려는 의지가 충만한 기업이 많다. 최근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안, 데이터3법, 벤처투자촉진법이 통과됐다. 경제환경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어떠한가.

▷성 교수=기업환경을 좌우하는 변수는 자금, 노동, 인력 등이다. 정부가 자금 조달 부문은 향상되도록 노력했지만 인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최규옥 회장=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주52시간 근무제는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52시간제는 전혀 다른 얘기다. 기업을 열심히 키우려다 보면 딱 걸린다.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하지 말라는 꼴이다.

▷정 회장=단기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새로운 산업에 관한 규제다. 두 번째는 주52시간제 시행이다. 이건 단기적인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 유니콘이 갖는 의미는.

▷석 비서관=현재 한국에 유니콘 기업이 11개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파악한 11개 유니콘의 평균 매출액이 일반 벤처기업 3만7000개 매출액의 약 100배다. 고용 인원도 벤처기업 평균의 50배 정도 된다. 유니콘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가 좋은 곳에선 유니콘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유니콘 개수로 경제 생태계의 건강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유니콘이 많이 나오는 의미를 이렇게 보고 있다.

사진설명
▷성 교수=유니콘 기업이 탄생되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 시장이다. 높은 임금이 보장된 사회에선 창업에 도전할 인센티브가 별로 없다. 유니콘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미국인데, 미국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을 가져간다. 노동 문제를 푸는 것이 유니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첫 출발이다. ▷최 회장=유니콘은 사업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희망이다. 그런데 유니콘이 등장하면 국가 전체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이냐, 이전된 것이냐를 따져봐야 한다. 없던 것이 새로 나오는 게 좋다. 정부는 국가와 기업가에 모두 도움이 되는 유니콘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안 회장=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유니콘이 만들어지는 생태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편향된 유니콘이다. 한국의 경제환경은 제조업 기반인데, 지금 유니콘은 대부분 유통·서비스 업체다. 완전 절름발이다.

―어떤 규제가 바뀌어야 할까.

▷정 회장=규제는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와 새 산업에 대한 규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후자에 대한 규제가 심각하다. 새 산업은 기존 산업과 충돌하고, 새 산업으로 인해 기존 산업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는 경제 성장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새 산업 규제를 완전히 규제를 푸는 0과 새 산업이 못 나오게 하는 1 사이라고 보면 정부는 0과 1 사이에 적당한 지점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양자택일한다.

▷안 회장=지난 9년 동안 규제 1000여 개가 없어지는 대신 새로 생긴 규제가 1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규제 컨트롤 역량이 안 되는 것이다. 타다 사업모델은 규제의 틈새를 콕 끄집어내서 탄생했다. 잘못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새 산업이 성장하도록 놔둬야 하는데 규제를 만들어 없애려고 한다. 중재자 혹은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방관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방관하다 보니 타다 문제가 어느 날 법원으로 갔다. 규제 문제를 판사에게 판결해 달라는 나라에서 무슨 사업을 하겠는가.

▷석 비서관=타다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조정자·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한다. 사회적 대타협 메커니즘인 '한 걸음 모델'을 통해 적극 해결하려고 한다.

▷성 교수=규제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사업모델에 관한 규제다. 타다 이슈처럼 이 사업을 할 수 있냐 없냐에 따른 규제가 있다. 이건 없애는 방향이 맞는다. 또 환경처럼 인간 존엄성에 관련된 부분은 규제가 필요하다. 타다 사례는 사업모델에 대한 규제다.

―인력이 중요한데.

▷정 회장=중소기업들은 좋은 인력 뽑기가 굉장히 어렵다. 도전보다는 안정성을 택하는 사회문화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도전·기회·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성 교수=미국의 많은 벤처가 대학 주변에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재 확보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 기업과 어떻게 같이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기업은 대학과 연결돼야 한다.

―또 필요한 게 기업가정신이다.

▷안 회장=창업가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가시밭길을 넘어야 과실이 나온다. 가시밭길을 갈 자신이 없으면 창업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창업하겠다고 나서면 부모에 이어 여자친구가 말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니콘이 나오겠나. 국가가 기업가정신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기업가가 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석 비서관=교육이 한꺼번에 바뀌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나 긍정적 변화는 있다. 정부도 기업가정신이 자리 잡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교에 물어보면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은 기업을 창업해본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직접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 기업가정신 확산에 노력하겠다.

―유망한 업종은.

▷최 회장=어떤 분야가 유망한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콘도 투자 개념이다. 기업가치를 1조원 넘게 평가받아서 유니콘이 됐지만 잘못하면 이 가치가 다 날아갈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한때 시총이 1조원을 넘었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회사가 영속할 것인지 아니면 한때 시총만 1조원이었던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정 회장=과거 20~30년 동안 투자 업계는 제조업 위주로, 특히 대기업 협력사에 주로 투자해왔다. 우리나라 시장이 작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해외로 나가려면 대기업을 상대로 사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만 뚫으면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도 포화됐다. 따라서 지금은 해외시장을 직접 공략하거나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 주로 투자한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니콘 11개를 보면 게임·전자상거래·핀테크 등 새로운 분야가 많다.

―자본과 투자 등 유니콘 사업 모델이 활성화되려면.

▷성 교수=수출기업이 되려면 규모가 커야 한다. 여러 회사를 조금씩 지원하는 형태로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 지원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해볼 만한 회사에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스타트업들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어 클 수 있다.

▷정 회장=2000년대 초반 벤처 붐 당시 벤처투자액이 3조원대였다. 이후 1조원대로 떨어졌고 15년 동안 정체됐다. 올해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자산운용사 투자금액까지 합하면 올해 10조원의 신규 벤처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엄청 큰 금액이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 자금이 많아지도록 항상 주도할 수는 없다. 민간이 나서야 한다.

▷안 회장=유니콘이 1개만 살아남아도 경제적인 파급력이 막대하다. 그래서 유니콘, 유니콘 하는 거다. 돈이 아닌 생태계, 스케일업 펀드에 대한 지원 등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생태계를 엮어줄 수 있는 정부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석 비서관=유니콘 투자금액 중 92.5%가 해외 자본이다. 자체적인 유니콘 성장 기반이 없어서다. 유니콘이 많아지려면 국내 벤처 생태계가 글로벌해져야 한다. 우리나라 생태계를 해외 미디어,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정리 = 신수현 기자 / 박의명 기자 / 이종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