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한 30대 청년이 한국벤처투자를 찾아왔다. 이 청년은 회사의 성장성을 설명하면서 초기 투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는 이 청년의 투자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개별 스타트업이 아니라 벤처캐피털(VC)에 자금을 출자하는 모태펀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이 청년에게 VC를 찾아가 투자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벤처투자 자금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스타트업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제 갓 회사를 세운 창업주 중엔 어떻게 투자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벤처투자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창업자들이 쉽고 간단하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이어지고 벤처도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된 투자계약서 해설서를 제작한 게 대표적이다. VC와 투자 계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낯선 투자 용어와 관련 법률 조항 등을 그림으로 풀어 자세히 설명했다. 투자계약서 작성 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항, 협의 가능한 사항 등을 스타트업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올초부터 기업의 투자 유치 목적에 적합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VC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모태펀드 출자 펀드 찾기 서비스’다. 창업 초기, 지역, 여성, 재기 지원 등 21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기업 상황별로 다양한 펀드 및 VC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VC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이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신생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기업은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단계에서 VC들에 자신의 사업과 전망, 투자 이력 등을 담은 IR 자료를 만들어 프레젠테이션해야 한다. 그러나 IR 자료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모르는 창업자도 상당수다. 업종별로, 투자 유치 단계별로 다른 내용을 담은 IR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회사 자료를 막무가내로 베껴 IR 자료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IR을 통해 회사에 대한 첫인상을 받는다”며 “하지만 IR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허술한 자료를 만들거나 수준 낮은 프레젠테이션을 해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VC에 최대한 많은 투자 자금을 출자해주는 역할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투자 자금 수요자인 스타트업에 보다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벤처투자 관련 종합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