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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벤처투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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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벤처투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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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붐이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액이 2조원이고 벤처기업 수는 2019년 11월 현재 3만8000개다. 전년 동기에 비해 상당한 양적 진전이다. 경쟁국인 미국이나 이스라엘보다 비율 면에서는 월등하게 앞선 투자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벤처 투자에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기술 기반 창업기업은 창업 후 3년 정도 지나면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맞는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 구간에서 실패해 도산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창업 3년 또는 5년 후 생존율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대부분 추가로 사업화 자금을 확보하는 어려움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국은 모태펀드라는 특이한 벤처자금지원 제도를 운영한다. 정부에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려는 벤처캐피털이나 벤처투자조합의 경우 일정 부분 자금을 지원해주고, 이 펀드들이 목적성을 갖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형식이다. 경제 규모가 작고 벤처기업의 글로벌화가 미흡하던 과거에는 이러한 모태펀드를 통해 펀드를 조성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해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도 이제는 규모가 커지고 투자 규모 역시 과거에 비해 커졌다. 오늘날은 정부의 펀드 조성 또는 자금 지원만으로는 매우 부족한 시대로 민간 부문이 벤처 생태계 내에서 역할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가 개인투자조합이나 액셀러레이팅사를 인증해주고 여기에 투자하는 개인의 투자금 일정 부분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있던 제도이지만 좀 더 소득공제의 혜택이 커졌다.


이를 다루는 액셀러레이팅사도 과거에는 없던 제도다. 민간 부문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특이한 제도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벤처기업 또는 창업 3년 이내인 기술평가 우수 기업에 투자하면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투자 금액 3000만원 미만은 100%, 3000만~5000만원은 70%,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0%의 비율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500만원 미만은 100%, 500만~5000만원은 50%, 5000만원 초과 금액은 30%씩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결과 액셀러레이팅사 또는 전문 엔젤 등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벤처기업 투자를 권유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즉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투자조합 등에 출자하면 소득공제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일부 액셀러레이팅사와 전문 엔젤 등이 금융 상품인 듯 설명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다니고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벤처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기도록 민간 부문에서 건전한 벤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인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소득공제만이 아니고 투자 원금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조합은 절대 금융 상품이 아니며 또한 영업사원을 두고 투자자를 모집할 수는 더더욱 없다. 필자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의 벤처 붐을 잊지 못한다. 당시는 온 나라가 벤처 투자 열기로 덮여 있었다. 코스닥에 상장된 다수 기술기업의 기업 가치가 1조원대를 넘었다. 많은 투자자가 빚을 내서 투자했고, 벤처 붐이 꺼지면서 많은 이가 빚더미에 올랐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확립돼 있고 투자 행태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지만 어쨌든 투자자 모집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때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좀 더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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