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의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난 김광현(사진) 창업진흥원장은 정확히 절반의 임기를 채운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아직 성과를 자랑할 단계는 아니지만, 창업지원 시스템을 정비한 것을 잘한 일로 꼽고 싶다”고 했다.
창업진흥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산하의 창업진흥 전담기관으로, 2008년 설립 이래 4만개가 넘는 창업기업을 지원했다. 김 원장은 2018년 제4대 창업진흥원장으로 취임, 3년 임기 중 ‘전반기’를 마쳤다. 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김 원장은 IT 분야에서 길게 몸담았고, 2015~2018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센터장까지 역임하는 등 창업계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광파리’라는 개인 블로그로 유명하다.
그런 창업진흥원은 올 10월 법정기관으로 전환됐다. 지난 4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창업진흥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지정됐다. 김 원장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안정적으로 창업진흥 정책을 집행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창업진흥원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거한 창업지원 정책을 중기부로부터 위탁받아 집행하는데, 법정기관이 되기 전에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거한 창업지원 정책이라도 반드시 창업진흥원한테 위탁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멘토링·창업교육·이상거래 탐지 등 창업지원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김 원장은 “3가지 시스템 개발이 끝나면 온라인 멘토링과 온라인 창업교육의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창업지원금 관리도 편해진다”며 “창업자들은 좋은 평가를 받은 우수 멘토를 찾아 온라인으로 편하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창업자 개인정보 관리와 정보보안을 대폭 강화하는 작업도 임기 내내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쉬운 점도 내비쳤다. 김 원장은 “중기부가 창업지원 정책을 입안할 때 민간 창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건의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며 “이제는 기반이 다져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연말까지 내부 토의를 거쳐 내년도 창업지원 정책 개선방안을 마련해 중기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김 원장은 창업계에서 살아나고 있는 제2벤처붐 열기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제2벤처붐이란 정책 목표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려고 만든 용어라고 본다”며 “(예전 제1벤처붐) 그 열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거품이 꺼져 아쉽지만, 그런 열기라면 세상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본질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이어 “언젠가는 ‘박세리 모멘트’가 올 거라고 본다. 창업자들의 성공 스토리가 알려지고, 이들이 대접받기 시작하면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계로 눈을 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세리 모멘트란, 박세리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성공을 거둔 뒤 많은 한국 여자 골퍼가 LPGA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낸 것을 의미한다.
김 원장은 “창업계에서는 ‘아이 하나도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인디언 속담이 자주 거론된다. 좋은 창업기업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도 창업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