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ICT, K컬처 강점... 전세계 스타트업, 韓에서 스타트업 창업 원해"

"유니콘 기업, 내년부터 빠르게 늘어날 것..우리 경제서 의미있는 역할 기대"
"韓, 벤처 허브 역할 고민..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벤처 생태계"
  • 등록 2019-11-03 오후 8:33:22

    수정 2019-11-03 오후 8:33:22

석종훈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영환 원다연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벤처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중소기업청’이었던 조직이 ‘벤처’라는 이름을 덧달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했고 내년 예산은 무려 31% 증가했다. 이 중 정부가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는 데 쓰는 모태펀드 예산만 올해보다 2000억원 늘어난 1조원이 정부안으로 제출돼 있다.

민간 예산도 빠르게 벤처 투자 시장으로 몰려 지난해 역대 최고액인 3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0년대말과 2000년대초로 이어지는 벤처붐이 다시 조성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민관협력네트워크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시장 긍정 평가는 17년 38.8%에서 지난해 47.7%, 올해 56.4%로 빠르게 변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이나 잠재적 유니콘 기업의 빠른 증가세도 이 같은 벤처 생태계 변화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이다.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을 초기에 가려내 이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벤처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목표다.

석종훈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사업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700개가 넘는 기업이 한국에서 창업하겠다고 아이디어를 내 전세계에서 가장 많았다”라며 “제조업 강국에 ICT 인프라 보급, K컬쳐 등 대한민국이 엄청나게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석 비서관과의 일문일답.

-유니콘 기업, 잠재적 유니콘 기업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숫자를 예측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지금 9개인데 2022년까지 20개를 만들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다. 그보다는 많은 숫자의 유니콘들이 2~3년 내에 많이 나와 우리나라 경제에서 의미있는 역할들을 하게 될 걸로 기대한다. 현재 기업 가치가 1000억~9000억원 사이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170개가 조금 넘는다. 작년에는 70개 정도였고 그 전에는 30~40개 정도였는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술력이 탄탄한 기업들이 많아서 이들 중 꽤 많은 숫자가 유니콘 기업이 될 거라고 보는 근거가 된다.

-벤처 생태계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10대 때 서버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15억원을 받고 팔았던 청년이 지금 22살인데 로켓발사를 하는 스타트업을 하나 만들었더니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한다. 투자를 받아야 했던 기업이, 이제 거꾸로 골라가면서 돈을 받는 거다. 한 자산운용사는 2017년에 모은 돈이 1500억원이었다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원 가까이 됐다고 하더라. 이만큼 좋은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투자 자금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과거 벤처붐이 다시 조성되는 것 같다.

△‘제2 벤처붐’보다 새로운 콘셉트를 고민하고 있다. ‘벤처강국’, 혹은 ‘글로벌 벤처 허브’ 콘셉트 등이다.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전세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사업하고 싶은 스타트업을 모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겠다고 신청한 기업이 제일 많았다. 1700개가 넘는 기업이 한국에서 창업하겠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한국이 통신망이나 스마트폰 보급 등 ICT 인프라가 너무 잘 돼 있어 어떤 서비스나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거다. 또 중국시장에 접근하기가 좋다고 하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SK 같은 대기업과의 연관성도 꼽는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인데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기술과 연결이 용이하다. 요즘은 K팝이나 K컬쳐에 대한 관심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것도 요인이 된다.

-과거와 달리 지속성 여부도 중요하다.

△20년 전 1차 벤처붐 당시보다는 일단 경험들이 많이 쌓였다. 1세대 벤처를 했던 이재웅, 이해진, 김택진 등 이미 20여년간 쌓인 경험, 노하우가 있다. 법적으로도 정부의 제도상으로도 그 당시 미비했던 부분들이 정비가 됐다.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스케일업 펀드 12조원 조성을 목표했다.

△초기 스타트업이 기업 규모가 커지면 투자액을 높여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모태펀드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 기업에 정부가 몰아주기 어려우니까. 모태펀드 예산 자체도 작았다. 이제 벤처 생태계도 커져 있으니, 내년 예산에 1조원을 모태펀드 예산으로 정부안을 제출했다. 내년에는 스케일업을 위한 돈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하는 모태펀드, 그리고 금융위에서 하는 성장사다리 펀드, 혁신모험 펀드 등을 통해서 2022년까지 12조원을 조성을 하게 될 거다. 그 돈들이 들어가면서 유니콘 기업이 배출될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으로 대기업 지주사의 벤처 투자가 어렵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벤처 투자는 금융산업으로 보지 말자, 산업자본도 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 구글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등은 굉장히 많이 투자를 하고 있고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는 충분히 듣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간 잘 심의를 해서 처리를 해주시면 CVC가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CVC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나, 부정 상속 같은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안전장치 등은 준비를 해서 마련해야 될 것 같다. 그건 아마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정부의 역할은.

△엄밀하게 말하면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하는게 아니라 벤처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벤처 생태계는 시장도 있고 인력도 있고 투자자금도 있어야 하고 법과 제도도 있어야 하고, 해외 글로벌과의 연계 문제, 이런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해야한다. 민간 중심으로 가야하는 건 맞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해야 하고 힘의 불균형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은 시장에 맡겨만 둘 수 없다. 정부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 기본 방향도 민간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고 실제로 저는 우리 민간의 역량이 충분히 그만큼 돼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바가 있나.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2~3년전에 비하면 양적으로 질적으로 훌륭한 친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반이 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크게 두 가지인데 스케일업 레벨의 큰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주는 것과,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올 11월에 컴업 2019(Comeup 2019) 행사를 한다. 지금 꿈꾸기는 CES처럼, 전세계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행사를 꿈꾼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해외 나가서 알리려면 힘드니까 해외 있는 사람들을 한국으로 와서 보게 하는 것이다. 한 두해 만에 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시작을 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중장기적으론 민간으로 다 넘길 것이다. 정부가 하는 것보다 민간이 하는게 훨씬 잘할 것인데 예산 등에 한계가 있어서 정부가 시작을 했지만 나중에는 민간으로 다 넘길 것이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서서히 민간이 안하고 있거나 못하는 소셜 벤처라든지 여성벤처, 지역스타트업 활성화 등의 일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님께서 자상한 기업 시리즈라는 걸 하는데 자발적 상생기업이란 거다. 이런 기업들로 대기업 공공기관이 스타트업과 잘 연계해서 스타트업이 판로를 확보하거나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 그런 것들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기업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자동차에 가서는 미래차를 이야기했다. 미래차 영역은 상당 부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연계돼야 한다. 또 삼성전자에서는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특히 반도체도 기존의 반도체가 아니고 이제는 시스템반도체로 가려면 이건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전문업체)라든지 스타트업들의 창의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군산형일자리 행사도 상생형 일자리 중에 중소기업 과 중견기업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기업이 가진 강점과 우리 중소기업이 가진 장점들을 잘 활용하자는 메시지라고 생각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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