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5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에너지경제

ekn@ekn.kr

에너지경제기자 기사모음




[EE칼럼]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혁신생태계②-모험자본에게 모험자본을 허하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0.18 14:58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4차 산업혁명이 혁신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지금도 ‘한국에서 가장 극한 직업은 창업자, 가장 쉬운 직업은 창투사 심사역’이다.

그동안 한국벤처투자를 비롯한 스타트업펀드는 무려 30배 이상 성장했지만 창업은 오히려 위축됐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다음의 지표를 보자. 우리나라 벤처펀드는 세계에서 GDP기준으로 2위(0.36%)이고, 규모로는 미국(1322억 달러), 영국(88억 달러) 다음으로 3위(58억달러) 수준이다. 연구개발(R&D) 투자는 1위다. 그러나 기회형(혁신)창업은 OECD국가 중 꼴찌인 34위에 그친다.

왜 우리나라 창업이 주요국 중 꼴찌에 그쳤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 혁신창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진정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모험자본 생태계를 유지하는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모험자본의 성격에 맞지 않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발의됐던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안’이 아직도 시장에서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 벤처특별법상 한국벤처펀드까지 포괄적으로 담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고시했지만, 기존 규정보다 오히려 규제를 확대한 것에 불과해 한국벤처펀드가 조성한 펀드들에게 모험자본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스타트업 시장은 모험으로 가득차 있다. ‘도전’의 기대와 ‘위험’의 긴장감이 팽배하다. 모험자본은 이 긴장감을 완화하고 도전에 집중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래다. 그러나 이미 ‘오래된 미래’다. AI는 이미 70여년의 기록을 갖고 있고, IoT도 인터넷과 궤를 같이 했다. 무엇이 새롭고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오롯이 창업자의 몫이다. 또한 모험자본가의 몫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험자본가 없는 모험시장(벤처)은 도처에 위험만 도사리고 있는 극한 직업일 뿐이다. 정부가 할 일은 지극히 초기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그 모험자본이 창업자들의 도전을 부추기고 위험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정비하려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은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네거티브 규제와도 정반대되는 규제덩이리(Regulatory itself) 법률이다. 관료들이 엔젤과 전문엔젤, 액셀러레이터, 창업투자회사를 지정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정된 100여개의 창업투자회사들은 수조원대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평생 직업을 얻게 된다.

한국에서 혁신생태계는 세금으로 모험자본가들인 창업투자회사들에게 가장 안정된 직장을 만들어 줌으로써 시작되고 또 마무리된다. 스타트업에게는 오직 ‘모험과 위험’만이 떠맡겨 진다. 테헤란로의 모험자본가 사무실은 날로 늘어나고 높이 올라가는 반면 창업가들은 결코 행복하지 못한 밤을 새운다.

결국 현 정부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 벤처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본을 가지고 기꺼이 벤처에 투자를 하는 엔젤캐피털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모험자본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법률에 가둬 버린 박제화된 ‘엔젤’이나 정부가 지원해야 존재하는 ‘엔젤’, ‘창업투자회사’ 등 ‘가장 안전한 모험자본(?)’이 아니라 도전을 즐기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모험자본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투자 및 전문개인투자, 개인투자조합, 액셀러레이터, 창업투자회사 지정 규정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 창업을 하는 혁신생태계가 만들어 져야 한다. 즉, 창업투자회사는 엔젤캐피털이나 조합형 혹은 유한회사형 모험자본으로 전환하되 소규모 펀드를 중심으로 각 클러스터나 지역, 대학, 연구소 등으로 분산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모험자본 역시 클러스터화되고 지역화되어 ‘생태계 속으로’ 들어 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문재인 정부에게 주는 혁신생태계의 선물이다. 제1차 벤처붐이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혁명이었다면 4차 사업혁명은 초연결로 완성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이다. 현 정부는 혁신정책은 혁신창업자의 도전을 모험자본가의 안목으로 상쇄하는 고질병을 고치고 혁신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배너